DH의 니클라스 외스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음식 배달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인구가 8억 명이 넘는 데다 인구 밀도도 높아 보급 여지가 매우 크다”며 자사 매출의 2.5배에 달하는 40억 달러를 우아한형제들 인수에 투입한 의미를 강조했다.
DH는 아시아 ‘푸드판다’, 중동 ‘탈라바트’ 등 20개 이상의 음식 배달 서비스 브랜드를 거느리고 40개가 넘는 나라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면서도 현지 사업을 2018년 말 경쟁사에 매각, 신흥국으로 사업의 축을 옮겨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를 중심으로 아시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첫 발이 우아한형제들 인수였다. 우아한형제들은 대만과 베트남에도 진출한 상태다.
우아한형제들까지 합하면 DH 매출에서 아시아 비율은 약 30%에서 50%로 높아진다. DH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창업자를 아시아 책임자로 두고, 한국과 대만,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에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외스트버그 CEO는 “김이 우아한형제들의 경영 노하우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에서의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닛케이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한국에서 ‘배달의민족’ 브랜드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20만 곳이 넘는 음식점과 제휴해 월 4300만 건의 음식을 배달한다. 한국 내 점유율은 50%가 넘어 시장 확대와 함께 매출을 매년 2배로 늘리는 급성장 기업이다.
DH는 2019회계연도 매출이 14억5550만 유로(약 2조 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억3000만 유로 적자였다. 이는 투자를 우선시한 영향으로, 흑자화까지는 아직 멀어 보인다. 다만, 시장은 DH의 성장 전략을 좋게 평가, 최근 주가는 우아한형제들 인수 발표 전에 비해 40% 가량 오른 수준에 있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전환사채(CB) 발행과 증자로 약 23억 유로를 조달했다.
DH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오는 6월까지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완료하는 게 목표다. 2012년부터 한국에서 2위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요기요’도 전개하고 있는 만큼, ‘배달의민족’과 합하면 점유율이 90%를 초과하기 때문에 두 회사를 통합하지 않고 경쟁 관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에서는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미국 우버테크놀로지스가 동남아 사업을 ‘그랩’에, 인도 사업을 현지 ‘조마토’에 매각했다. 일본의 LINE도 소프트뱅크 산하로 들어가면서 아시아 사업 확대를 모색한다. 수익성을 높이려면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 4개 진영을 중심으로 사실상 ‘땅 따먹기’ 양상이 강해지는 모양새다.
김봉진 창업자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 태국 등의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 대도시는 음식 배달 서비스 성장 여지가 크다. 이 사업은 경쟁이 없으면 인지도가 높아지지 않는다. 신용카드 보유율이나 인터넷 판매 보급률 등을 분석해 각지에서 최적의 전개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