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경제가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도 비켜갈 수 있을까.
그동안 미국 경제는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질 때도 홀로 성장세를 구가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부터 멀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때에도 미국 경제는 무사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게 미국 경제 성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소비 부문을 건드릴 수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미·중 무역전쟁에도 미국이 경기침체를 비켜갈 수 있었던 요인은 소비였다. 제조업이 붕괴하고 기업 투자가 줄어도 미국인들은 지갑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사태로 그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소비 감소는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안 그래도 위축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크 잰디 무디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미국 소비는 세계 경제 둔화 국면에서 방화벽과 같았다”면서 “미국인의 심리가 무너질지 이번 코로나 사태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가 무너지면 경기 침체는 막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잰디 애널리스트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하면서 미국에도 번지기 시작하면 침체를 피할 길이 없다”며 올 상반기 미국에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을 이전의 20%에서 40%로 상향했다.
‘주식회사’ 미국은 코로나 사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급망 차질로 인한 재고 부족에다가 수요까지 급격히 감소해서다.
애플은 부품 부족으로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고 코카콜라는 중국산 인공첨가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중국행 수요가 제로로 떨어졌으며 마스터카드는 고객들의 지출 감소가 현저해졌다.
미국의 2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심리는 130.7을 기록하며 시장 예상과 전월치를 모두 하회했다. 코로나 사태 발생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데이비드 코톡 컴버랜드어드바이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 지역에 감염이 발생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면서 “경기 침체를 부를 수 있다. 최근 하루 사이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이 위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아직은 이 사태를 국내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과 2주 전, 한국과 이탈리아가 똑같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구원투수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월까지 최소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지난달 25%에서 78%로 늘었다. 그러나 이미 금리가 바닥이라 연준이 쓸 수 있는 탄환이 고갈됐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