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출생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래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2019년 인구동향조사 잠정 결과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가 한 명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전 세계에서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꼴찌 수준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30만3100명, 사망자 29만5100명으로, 2018년보다 각각 2만3700명(-7.3%), 3700명(-1.2%) 줄었다. 출생아 감소폭이 훨씬 커 인구 자연증가는 8000명에 그쳤다. 자연증가가 2만 명이었던 2018년에 비해 70% 이상 쪼그라들었다. 출생아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사망자 증가로 올해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초반 1.7명 수준에서 계속 하락해 2015년 1.24명, 2016년 1.17명, 2017년 1.05명으로 떨어진 뒤, 2018년 0.98명으로 처음 1명 아래로 내려왔다.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다. 인구를 현상유지하기 위한 최소의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초(超)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게 아니다. 인구 감소 가속화로 한국이 미래에 소멸되는 첫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는 암담한 예측은 오래전에 나왔다. 인구 감소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재앙을 가져올 것인지는 강조할 필요도 없다. 우리 경제·사회의 근간이 무너진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활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수요와 소비 감소로 투자가 감퇴해 성장이 뒷걸음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세금 내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화로 인한 노인복지 부담만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안보 또한 흔들리면서 국가 공동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정부는 해마다 막대한 재정을 저출산 해소에 쏟아붓고 있다. 2006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가동된 이후 지금까지 185조 원을 투입했다. 올해에만 저출산 예산이 37조 원을 넘는다. 그럼에도 어떤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출산율은 계속 바닥으로 가라앉고 있다. 저출산 대책의 방향에 근본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정부는 그동안 아동수당 지급, 보육 지원 등 출산 이후의 복지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저출산은 사회구조의 문제다. 청년들의 취업과 주거, 자녀교육, 여성들의 육아 부담과 경력단절 등이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작용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까닭이다. 이런 걸림돌을 없애기 위한 장기 대책이 겉돌고 있다. 이미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국인의 국내 이민을 촉진하기 위한 전향적 정책도 다급하다. 무엇보다 인구 감소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구조의 혁신으로 국민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소득을 늘려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를 바꿀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