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재난, 항공사만의 노력으로 극복 어려워"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영 위기에 내몰린 저비용항공사(LCC) 6사들이 정부에 조건 없는 긴급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LCC 6곳 사장단은 28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있다"며 "어떠한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LCC 6곳 사장단은 "저비용 항공사들이 철저한 안전 운항과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항공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현시점에서 항공산업의 붕괴는 크나큰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설명했다.
LCC들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선으로 정부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LCC 사장단은 "부채비율이 높은 항공사의 구조상 누적된 적자가 반영된 현시점에서는 시중은행 상품을 통한 자금조달은 불가능하다"며 "즉각적인 유동성 개선을 위한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조건 대폭 완화 및 규모 확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17일 항공 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하며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LCC에 대해 산업은행의 대출심사절차를 거쳐 최대 3000억 원 내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내달부터 최대 3개월간 공항시설 사용료에 대한 납부를 유예하고 상반기 중 항공 수요 회복이 안 될 경우에는 6월부터 2개월간 착륙료를 10% 감면하고, 각종 사용료의 감면 기한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CC 사장단은 "현재 정부가 제시한 공항사용료 등 각종 비용지원은 감면이 아닌 납부 유예로 실질적 지원이 못 된다"며 "이에 대한 전면 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추가로 항공기 재산세와 항공유 수입 관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례로 비행기를 하루종일 주기장에 세워 둘 때 공항 측에 내야 하는 주기료는 하루에 40~5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고 주기장에 세워둬야 할 상황이 지속되면 매달 수 억 원에 달하는 주기료를 내야 할 판이다.
아울러 기름값을 못 내는 지경까지 몰린 항공사도 생겨나고 있다. 그 어느 항공사보다 자금난이 심각한 이스타항공은 이달 중순 기름값을 제때 지급하지 못해 '급유 중단' 통지를 받기도 했다.
사장단은 또 운항 노선 축소로 인한 휴직 인원이 발생하는 만큼, 항공사 근로자 휴업수당에 지원되는 고용유지지원금 비율을 한시적으로 현행 2분의 1에서 3분의 2로 인상해달라고 요청했다.
LCC 사장단은 "항공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자구노력을 하고 있고, 1만 명 이상의 항공사 임직원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임금 반납 등 고통 분담에 동참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의 국가적 재난은 항공사 자체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미래 일류 항공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정부 차원의 전향적인 지원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LCC의 위기는 지난해 7월 한·일 무역전쟁으로 전체 매출의 20% 이상 차지하는 일본 수요가 급감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직격탄을 날리며 중국 하늘길까지 막히자 전체 매출의 50%가 한 순간 증발할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야말로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사상 최악의 위기다.
이미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등 LCC 6곳은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LCC들은 지난해 총 약 2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기 위해 LCC는 임원진 사퇴, 임금 반납, 직원 퇴직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지만, 정부 긴급 수혈 없이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