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폐쇄 포비아…“확진자 나올라”, 일각서 유연대처 필요성 제기

입력 2020-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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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관리와 방역만으로는 한계, 사업장별 폐쇄 기준 필요성도 제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사업장 폐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별로 '통제'와 '리스크 분산'에 주력하면서도, 장치산업의 특성상 폐쇄 기준과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기업별로 대응전략 강화에 나섰다. 비상시나리오를 가동중이지만 확산세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추가대응 마련에 골몰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업장 폐쇄’가 가장 큰 당면과제다. 위생관리와 방역만으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코로나19 의심자와 확진자의 사업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5일 울산공장에서 코로나19 관련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실시했다. 확진자 발생 시 소속 건물을 우선 폐쇄하고 방역 조치에 나서는 등 선제적 비상조치에 노사가 협력키로 했다. (사진제공=현대차)

◇본사 폐쇄하면 기업 컨트롤 기능 상실=대응전략의 핵심은 통제, 나아가 ‘리스크 분산’이다.

가장 먼저 기업별로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교대로 재택근무 중이다. 확진자 발생으로 본사가 폐쇄되면 기업 컨트롤 기능이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조직별로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령을 내렸다. 특히 구미-수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을 포함해 사업장 사이 이동을 막았다.

경북 구미에 공장을 운영하는 LG 계열사 역시 대구와 경북 일부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임직원 전원에게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대구ㆍ경북 지역 출장을 연기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 중이다. 어쩔 수 없이 해당 지역을 다녀와야 한다면 복귀 후 재택근무를 지시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도 서울 양재동 본사를 포함해 수도권 근무자를 대상으로 자율적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재택근무조와 출근조를 나눠 근무 중인데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해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격일 재택근무를 추진 중이고, 현대제철은 잠복기 2주일을 고려해 격주 재택근무에 나섰다.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회식과 집합 교육을 취소하는 등 직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기업은 점심시간에 많은 직원이 구내식당에 집중적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식사시간을 3구간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통제를 강화하면서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처럼 본사 사무실에 고정석을 두지 않고 ‘좌석 공유제’를 추진해왔거나 원격업무 시스템 등을 갖춘 곳은 이번 사태에 발 빠른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 폐쇄는 곧바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석유화학단지의 경우 단순 정전만으로 수백억 손실을 겪는다. 비상발전을 포함 겹겹이 대응방안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은 석유화학 기업이 집중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모습. (사진제공=여수시청)

◇생산현장 폐쇄하면 하루 손실만 수백억=더 큰 문제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생산현장이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근로자마다 일정한 공정에 투입돼 맡은 부문을 담당해야 한다.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수천명 근로자의 업무가 정지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차 울산2공장에서 53세 남성 근로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제네시스 GV80과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 도장부 직원이다.

이곳 도장부에만 약 300명이 근무 중이고, 울산2공장 전체에는 오전조와 오후조를 포함해 총 4000여 명이 근무한다.

현대차는 방역 당국으로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즉시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2공장 전체를 즉각 폐쇄했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관련 직원을 격리했다. 울산2공장 근로자들은 차례로 퇴근했고, 회사는 곧바로 방역작업에 나섰다.

확진자 발생 이후 24시간 폐쇄된 울산2공장은 이튿날 오후에 폐쇄조치가 해제됐다. 회사 측은 2일(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재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울산 1~5공장 가운데 2공장은 주력 SUV를 생산 중이다. 하루에 SUV 1000여 대를 생산 중인데 공장 문을 닫으면 생산손실만 약 5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폐쇄가 반복되면 대대적인 근로자 격리가 결정되면 생산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사정은 석유화학단지가 몰려있는 산업단지도 마찬가지다. 전남 여수산단의 경우 단순한 정전만 발생해도 수백억 손실이 불가피하다. 비상발전을 포함해 겹겹이 대응수단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별로 사업장 폐쇄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확진자 발생으로 2주 동안 코호트 격리가 결정된 창원 한마음병원의 경우 격리해제 하루 만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 다시 코호트 격리가 결정됐다.

확진자가 나와 공장을 일시폐쇄한 현대차 울산2공장,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다시 폐쇄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28일 울산2공장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공장 문을 닫았다. 하루 생산손실은 1000여 대, 사업손실은 50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사업장 규모와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폐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일괄폐쇄보다 효율적인 방역과 재발 방지를 위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는 29일 구미사업장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흘간 부문 폐쇄에 들어갔다. 입주은행의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동선이 이 직원 근무지인 복지동을 포함해 사업장 일부에 국한된 만큼, 전면 폐쇄가 아닌 부분 폐쇄가 결정됐다.

재계 관계자는 “사태 초기인 만큼 폐쇄 규모와 자가격리 대상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역학조사관이 결정하고 있다”면서도 “전례가 없는 상황인 만큼, 사업장 폐쇄 범위와 격리 기준이 모호하지만, 확산을 막기 위해 일단 보수적인 자세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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