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코로나19로 '블랙위크'...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커져
이번 주(2~6일) 뉴욕증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변동성 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지난주 시장을 강타했다. 중국에서 신규 발병이 둔화했지만,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커졌다.
특히 주말 동안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불안이 고조됐다. 또 미국 내에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전파 의심 사례가 추가돼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이탈리아 일부 지역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인 ‘여행금지’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까지 크게 하락하면서 주간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다우 등 미국 3대 지수는 일주일 간 모두 10% 이상 하락했고, 최근 고점에서는 약 13% 떨어졌다. 일각에서는 뉴욕증시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먼데이(Black Monday)’에 빗대어 ‘블랙위크(Black Week)’라는 말까지 나왔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매 현상이 벌어진 영향이다. 뉴욕증시 S&P500지수의 시가총액은 지난주에만 무려 3조6000억 달러(약 4360조 달러) 증발했다.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서 미 국채 1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급락하며 사상 최저치를 새로 썼다.
‘투자 엑소더스’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발 벗고 나선 만큼 폭락 이후 저점 매수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긴급 성명을 내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성명에서 “우리는 정책 수단을 사용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며 조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은 작년 6월에도 이와 비슷한 문구를 써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가 심화하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이후 세 차례나 금리를 낮췄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이달 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더 나아가 0.50%포인트의 대폭적인 금리 인하 관측이 부상하는 한편, 회의 자체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선물시장에 반영된 이달 금리 인하 확률은 현재 100%이며, 금리 인하 폭은 보통의 0.25%포인트가 아닌, 0.50%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비율이 90%가 넘는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대출 지표 중 하나인 런던은행간금리(LIBOR, 리보)는 10년여만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지난달 28일 시점에 3개월물 리보는 전일보다 11.8bp(1bp=0.01%포인트) 하락한 1.46275%로, 하루 낙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올 연말까지 최대 3회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요 경제지표에 대한 경계심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번 주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됐을 수 있는 지표들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에 공급관리자협회(ISM)의 2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발표될 예정이다. 특히 1월에 회복 조짐을 보였던 제조업 PMI가 다시 부진하다면, 시장의 불안이 깊어질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주말 발표한 2월 제조업 PMI는 사상 최저치인 35.7로 추락하며 코로나19의 여파를 확인했다. 시장의 예상보다도 훨씬 낮았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분수령이 될 슈퍼화요일도 중요한 변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 레이스 초반에 선두 주자로 치고 나온 점이 이번 주가 폭락을 부채질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월가는 대체로 적극적 증세 등을 주장하는 샌더스 의원의 강세를 위험요인으로 본다.
2일에는 ISM과 정보제공업체 IHS마킷의 2월 제조업 PMI가 나온다. 4일에는 2월 ADP 민간고용보고서와 ISM 및 마킷의 2월 서비스업 PMI가 나온다. 연준 베이지북도 발표된다. 5일에는 2월 챌린저 감원보고서와 1월 공장재수주, 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 등이 발표된다. 6일에는 2월 비농업 신규고용과 1월 무역수지, 도매재고, 소비자신용 등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