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전인 1월 31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중국인 유학생(3839명)을 보유한 경희대학교를 시작으로 많은 대학이 개강을 1~2주 연기하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중국인 유학생 유입 및 캠퍼스 내에서의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하라는 지침을 전국 대학에 내렸고, 전국 대학은 모두 개강을 2주 연기했다.
대학들은 졸업식, 입학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행사를 취소하거나 간소화했고, 입학식을 유튜브로 시청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대학교에서는 성적우수자 66명만 불러 졸업식을 열겠다고 하자 많은 학생이 '성적 지상주의'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정상적으로는 지난 2일 개강해 활기가 가득했어야할 대학 캠퍼스는 현재 폐쇄된 상태다. 재학생들 역시 학교에 출입할 수 없으며, 도서관과 학생회실을 비롯한 학내 시설들은 모두 이용할 수 없다.
◇교육부 '재택 수업' 권고…학생 반응 엇갈려
2월 중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되면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학의 상황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운영 권고안’을 발표해 코로나19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원격수업, 과제물 활용 수업 등 재택수업을 실시하라고 권고했다. 사실상 개강이 무기한 연기된 셈이다.
대부분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가 확정되자, 학생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심리와 기존 온라인 강의에 대한 선호가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직접 등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출석이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내고 '인강'을 들어야 하나"라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등록금을 다 내면서 수업을 직접 들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전대넷, 일방적 결정 아닌 학생과 논의해야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 연대체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는 지난달 14일 "학생들의 안전과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라는 공문을 교육부와 청와대 교육비서관에 제출했다. 전대넷은 공문을 통해 "교육부의 행사 취소와 개강 연기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학사 일정 변동, 대체 수업 마련, 행사 취소로 인한 비용 집행 등 후속 조치로 인해 많은 대학생이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납부한 학생회비로 행사 취소로 인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으며 수업 질 담보, 축소된 수업에 대한 수업료 논의, 가장 중요한 학생 의견 수렴 절차는 미비하다"라고 지적했다. 전대넷은 교육부 담당자가 "대학이 알아서 할 문제다. 교육부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면서 교육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대학에 권고하고 학생 참여를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대넷은 약 1만2000여 명의 대학생이 참여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교육부에 요구안을 제출했다. 요구안의 내용은 △교육부·학생·학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회의체 마련 및 학교 대응위원회에 학생 참여 보장(설문조사 참여 학생 92.5% 요구) △등록금 반환(84.2%) △수업권 보장(61.8%) △대학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 △교내 시설 방역 지원 △격리과정에서의 인권 보장 △학업 외 일정(자격시험, 고시 일정 등)에 대한 빠른 확정 등이다.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등록금 인하'
지난달 29일 국민청원에는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기존 16주 수업을 14~15주로 단축했지만, 등록금 인하는 없었다"라며 "등록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대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 등 행사가 취소됐으니 입학금을 반환해야 한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재 전국 대부분 대학이 폐쇄된 상태로, 학생들이 출입할 수 없다. 이에 수업이 진행되지 않아도 학생들이 자주 출입하는 도서관, 과방, 동아리방, 학생회실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없다는 불편을 겪고 있다. 같은 등록금을 내고 이러한 불편을 감수하고 있으므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도 등록금 반환을 주장하는 측의 논점이다.
이 청원은 지난 2일 등록돼 하루 만에 2만1007명(3일 오전 10시 12분 기준)이 참여했다.
◇"불쌍한 새내기들"…'캠퍼스 라이프'는 저편으로
활기찬 대학 생활을 꿈꾸며 입학했을 새내기들은 현재 수업을 듣기는커녕 입학식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하지 못하고 있다.
신입생들은 "동기들 얼굴도 못보고 학교 가야되는 것이 아쉽다", "MT 갈 때쯤은 사태가 안정됐으면 좋겠다", "아직 학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라며 아쉽다는 반응이다.
재학생들은 "신입생들 얼굴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아쉽다", "지금쯤이면 썸도 타고 CC도 할 땐데 불쌍하다"라는 반응을 내비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