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들이 일부 폐쇄되고 있다. 특히,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서 감염자가 다수 나온 뒤로 천주교, 불교는 미사와 법회를 전면 중단했다. 개신교도 일부 대형 교회는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지난달 29일 기자가 찾은 서울 이태원의 클럽들은 종교시설과는 정반대였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지만 활발히 영업하고 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실내 공간에서 몸을 부대끼며 서 있다. 큰 소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클럽 특성상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도 흔했다.
◇방역 당국 "밀집시설 피하라" 당부에도…클럽 영업은 '활발'
방역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달라고 당부한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된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접촉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말에 벌어지는 각종 집회와 제례,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전파 조건을 2m 이내의 거리에서 15분 이상의 접촉으로 규정한다"며 "생활밀집시설이나 종교시설이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닫힌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럽 역시 '닫힌 공간', '사람이 모이는 장소'다. 하지만 종교시설과 달리 주말이 되면 예전처럼 문을 열고 손님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무료입장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거나 겨울철에 클럽에서 짐이 되는 패딩이나 코트 등을 무료로 보관해주겠다고 안내했다.
◇매출 영향 없다는 클럽…손님들 "코로나19, 무서운데 큰 걱정 안 해"
물론 전보다 사람이 조금 줄긴 했다. 이태원에서 유명한 한 클럽은 주말이 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이 많다.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날은 군데군데 공간이 있어 움직이기 훨씬 수월했다. 화장실을 기다리는 시간도 짧았다.
사람이 조금 줄었지만, 매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 '임시휴업'에 들어갈 이유가 없고,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도 매출이 크게 줄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태원의 한 클럽 관계자는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떨어질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테이블도 80% 이상 팔리고 있고 손님들도 적지 않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만난 회사원 김모 씨는 스스로가 '안전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난리 난 것도 잘 알고 무서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왠지 나는 안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클럽을 찾은 많은 사람이 김 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다른 곳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이 많았고, 함께 술을 마시며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방역 당국이 당부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클럽에서만큼은 적용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전파의 주된 원인인 비말(침)이 튀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방역? 하긴 하는데…
클럽들도 코로나19를 전혀 대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입구에 서 있는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들의 열을 확인한 뒤 입장시킨다. 그러나 최근 독일에서 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없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등 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기초적인 방역을 하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근무하는 최모(32) 씨는 "방역을 제대로 하는 곳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클럽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을 어떻게 하는지,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증상이 있는 사람을 안 들여보내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클럽 직원 역시 "걱정은 되는데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는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