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 800포인트 가까이 빠져...미 10년물 국채 금리 1% 밑돌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급 처방 약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만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연준은 기습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연준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기습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이다. 연준이 예정된 FOMC 정례회의가 아닌 시점에 금리를 내린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금리 인하 폭도 전격적이었다. 0.5%포인트 인하 역시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이다.
연준의 파격적인 금리 인하 이후 장중 다우지수는 350포인트 오름세를 탔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5분 만에 등락을 반복하며 불안을 노출했다. 장중 한때 1000포인트 빠지기도 했고 종일 1300포인트가량 출렁였다. 800포인트 가량 폭락한 채 마감했다.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할 것이란 기대감에 전날 급반등했던 장세가 정작 인하 카드를 꺼내들자 가파르게 하락한 것이다. 전날 다우지수는 포인트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폭인 1293.96포인트(5.09%) 치솟았다.
반면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장중 0.91%선까지 하락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1%를 밑돈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심리적 지지선인 1%마저 붕괴된 것이다.
연준의 깜짝 등판이 오히려 경제 전망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이 FOMC를 기다리지 않고 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려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나쁜 것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주요 7개국(G7) 성명에 구체적 공동 대응 내용이 언급되지 않은 것도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아침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하고 경제 둔화를 막기 위해 모든 정책 도구를 사용할 것이란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방안을 명시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시장의 동요를 불렀다.
이에 구원투수를 자처한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의 동요를 잠재우기는커녕 오히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전망은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 적극적 재정정책 및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2.4%를 제시했다.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전망치보다 0.5%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저치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3.3%에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중국은 5.7%에서 4.8%로, 미국은 1.6%로 0.3%포인트 각각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