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150년 만에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져

입력 2020-03-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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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빅컷’에 코로나19 공포 더욱 커져…“미국 뒤흔든 중대한 사건 많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처럼 장기금리 떨어뜨리지 못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3일(현지시간) 0.92%. 출처 블룸버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끝에 채권시장에서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장기금리 벤치마크로 꼽히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150년 만에 처음으로 1%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전일 대비 11bp(bp=0.01%포인트) 이상 하락한 0.906%로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30년물 국채 금리도 1.601%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871년 이후 지금까지 1%선을 깬 적은 없었다”며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이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을 뒤흔든 중대한 사건이 여러 번 발생했지만 그 어떤 것도 장기금리를 이처럼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리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이날 긴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0%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그동안 유지했던 앨런 그린스펀식의 0.25%포인트씩의 금리 조정인 ‘베이비 스텝’을 버리고 대폭적으로 금리를 낮추는 ‘빅컷’을 실시했다.

그러나 연준의 이런 파격적인 행보는 오히려 코로나19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더욱 고조시켰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가 시장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절망의 척도(Measure of desperation)‘로 간주됐다고 지적했다. 역사적으로 이번 사태가 어떻게 펼쳐질지 예상할 수 있는 힌트는 거의 없지만 최근 이런 긴급한 금리 인하 이후 자본시장에 극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린스펀은 1998년 10월 롱턴캐피털매니지먼트 파산 사태 당시 긴급하게 금리를 인하했다. 이후 뉴욕증시 S&P500지수는 18개월간 50% 올랐지만 결국 닷컴버블이 붕괴해 더 큰 혼란이 발생했다. 2008년 1월에도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긴급 금리 인하에 대한 초기 징후는 불안하다고 블룸버그는 우려했다. 통화정책은 공중보건 이슈를 직접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연준이 행동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유발하는 금융 압박을 덜려는 것이지만 뉴욕증시가 이날 급락해 이런 수단이 별 효과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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