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이사ㆍ결혼식 연기 속출…롯데하이마트 등 "가전 환급 정책ㆍ신제품 출시 기대"
이사철과 혼수철이 몰리는 3월은 가전 양판점의 성수기로 꼽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사나 결혼식을 연기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시작부터 실종 분위기다. 코로나19가 한 달 넘게 이어지며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가 많아져 매장을 찾는 손님은 급격히 줄었다. 가전 판매가 급감하자 가전 양판업계에서는 신규 매장의 오픈 연기를 검토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사례까지 나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 양판점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지난해 4분기의 저조한 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9%, 매출은 2.6%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2.1% 감소한 4조265억 원, 영업이익은 41.1% 급감한 1099억 원을 기록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가전은 ‘목적성 구매’가 강한 제품인데 이사, 결혼 등 수요가 미뤄진 상황이고, 롯데하이마트 점포 가운데 100여 개는 롯데마트 안에 있는 만큼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로드숍, 할인점을 찾는 소비자가 줄어 1분기 매출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역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영업이익 또한 감소가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자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올해 안에 전국 460여 개 매장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11개 매장을 접고, 매장 21곳을 이전·통폐합한다는 것이다. 매장뿐 아니라 인력 구조조정도 제시했다. 롯데하이마트는 16일까지 25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 대리~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롯데하이마트 측 관계자는 “(희망퇴직 시행에) 최근의 경영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1월 첫선을 보인 체험형 매장인 메가스토어는 올해 10개 매장 오픈을 이어간다. 롯데하이마트 측은 5~6월 즈음 수원 지역에 메가스토어 2호점을 열 예정이다.
전자랜드도 아쉬운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전자랜드의 2월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 역신장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전자랜드는 기존 매장의 리뉴얼 오픈과 체험형 프리미엄 매장 오픈 연기를 검토 중이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3월 오픈 매장은 이전부터 비용을 투입해 세팅이 끝난 상황이라 미룰 수 없어 그대로 진행하지만, 4~5월 오픈 예정인 매장은 오픈을 미룰지 검토 중이다. 원래 오픈을 하면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하는데 코로나19로 집객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흥행하지 못할 우려가 있어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가 코로나19로 악화한 소비 심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 시 10% 환급해주는 사업을 신설한 만큼 이를 통한 실적 회복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일 코로나19 피해를 보완할 362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했는데 이에 따르면 에너지효율 등급제 기준 1등급을 받은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시 1인당 30만 원 한도 내에서 3000억 원까지 구매금액의 10%를 환급해준다. 환급대상, 품목, 환급비율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TV, 냉장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전기밥솥, 세탁기 등이 환급 대상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고효율 가전기기 환급 정책이 이달 말께 시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제조업체들이 3월 신제품을 내놓는 만큼 정책과 맞물려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나 혼수 등 중요한 일정을 코로나19로 미룬 것인 만큼 당장은 아니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미뤄둔 수요가 다시 살아나 분위기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