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시장 1·2위 간 점유율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양 사가 맥주 소매 시장의 점유율 산정 기준을 두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매출액을, 하이트진로는 판매량을 각각 기준으로 적용한 점유율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매출액이나 판매량 모두 점유율 순위에 변동이 없음에도 이들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점유율 수치 때문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오비맥주의 점유율은 49.7%까지 올라가지만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48.9%로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할 경우 점유율이 25.3%이지만 판매량을 기준으로 할 경우 30.8%까지 점유율이 높아진다. 양 사가 기준을 놓고 대립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비맥주가 닐슨코리아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매출액 기준 맥주 소매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고 밝히자 하이트진로 역시 맥주 소매시장 판매량 기준 점유율이 30%를 넘어섰다며 맞섰다.
오비맥주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체 맥주 소매시장 3조3100억 원의 절반에 달하는 1조65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해 오비맥주가 주력 브랜드 ‘카스’의 가격을 인상했다 다시 인하했기 때문에 매출 기준 점유율이 실제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동일 가격 제품이라면 매출로 비교할 수 있겠지만 판매가격을 올린 후 매출액 기준 점유율을 제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매출액을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면 비싼 제품을 보유한 기업이 판매량이 다소 낮더라도 점유율은 높게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3~5위권 순위에서 하이트진로의 설명은 설득력을 얻는다. ‘클라우드’와 ‘피츠’를 판매하는 롯데칠성음료의 점유율은 매출액 기준으로 5위권이지만 판매량을 기준으로 하면 3위로 올라선다. 판매량은 클라우드와 피츠가 많지만 하이네켄과 칭따오의 단가가 높아 매출액 기준으로는 하이네켄과 칭따오가 3·4위에 이름을 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비맥주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을 문제삼기도 쉽지 않다. 농식품유통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도 맥주 시장 규모를 매출액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또 시장 규모에 기반한 점유율 산정은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이트진로가 주장하는 판매량 기준 브랜드별 점유율은 ‘카스후레쉬’(오비맥주)가 36%로 압도적인 가운데 하이트진로의 발포주인 ‘필라이트’가 11.6%로 2위에 올랐다. 이어 하이트 7.3%, 테라 7.2%, 칭따오 3.2%, 하이네켄 3%, 클라우드 2.1%, 피츠 1.5%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량 기준 오비맥주의 지난해 판매량은 4억1925만ℓ다. 이는 전년 판매량 대비 6.9% 줄어든 수치다.
테라는 지난해 첫 출시해 7.2%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하이트진로의 맥주 브랜드 중 판매량은 3위 수준이다.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증가 효자 브랜드로 ‘테라’ 대신 ‘필라이트’가 꼽히는 이유다. 필라이트는 발포주로 기타주류이지만 닐슨코리아에서는 맥주에 포함시켜 시장점유율을 산정한다. 오비맥주가 테라의 반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번 양 사의 점유율 공방 배경으로 하이트진로가 지난해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면서 오비맥주와의 격차를 좁힌 것을 꼽는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테라, 필라이트 등 신제품이 잇달아 히트상품 반열에 오르면서 하이트진로가 매 분기 오비맥주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며 “오비 입장에서는 카스가 여전히 건재하단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만큼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이트진로는 테라와 필라이트의 선전을 드러내고 싶었던 만큼 판매량을 기준으로 맞서며 우위를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