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나비 날갯짓…글로벌 은행권까지 휘청

입력 2020-03-1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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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은행 시총, 하루 새 143조 증발…산유국간 유가전쟁, 석유업계 디폴트 우려 촉발·은행들에도 충격파

▲(단위 %) ※9일은 역대 5위 낙폭. 출처 : FT
전 세계로 확산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연쇄효과를 촉발해 글로벌 은행들까지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가 폭락으로 뉴욕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지면서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은행, 웰스파고 등 미국 4대 은행 주가가 12~16% 폭락했다.

이에 이들 4대 은행 시총은 하루 만에 약 1200억 달러(약 143조 원) 증발했으며, 미국 은행업계는 2016년 10월 이후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분을 거의 대부분 반납했다고 FT는 분석했다. 미국 은행 주가를 종합한 ‘KBW은행지수’는 이날 13.9% 폭락했다. 이는 역대 다섯 번째로 큰 낙폭이다.

대서양을 건너 유럽 은행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범유럽 스톡스뱅크지수는 13% 빠졌다. 프랑스 나티시스와 소시에테제네랄이 각각 18%, 크레디아그리콜이 17% 폭락했다. JP모건체이스의 키언 아부호세인 애널리스트는 “프랑스 은행 중에서도 나티시스와 크레디아그리콜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KBW은행지수 추이. 9일(현지시간) 종가 72.22. 출처 블룸버그
국제유가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은행주가 쑥대밭이 된 데는 얽히고설킨 관계가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둔화를 막고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이미 최근 수 주간 주가가 하락일로를 걸었다.

여기에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양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유가 전쟁까지 터져 석유업계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리면서 은행들이 더욱 취약해졌다고 FT는 지적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에 사우디가 산유량 감산을 추진했는데 러시아가 이에 반기를 들면서 감산이 무산됐다. 이에 격분한 사우디가 대폭적인 판매가격 인하와 증산을 선언하면서 유가 전쟁이 일어났다. 그 결과 국제유가가 최근 2거래일간 30% 이상 폭락해 배럴당 33~36달러로 추락하면서 글로벌 석유업계 대출 디폴트 리스크를 높였다. 이들 업체가 실제로 연쇄 도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면 은행들도 부실 대출 위험에 놓이게 된다.

한편 오토노머스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석유산업에 대한 익스포저(Exposure·노출)는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석유업계가 자리 잡은 지역과 다른 산업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간접적인 익스포저는 막대하다는 지적이다. 셰일유 업체가 밀집한 미국 텍사스주와 오클라호마주에 있는 지방은행 주가가 이날 20~30% 폭락한 것은 바로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또 정부의 코로나19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전국적인 이동제한령에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이탈리아 최대 은행 우니크레디트 주가가 13%, 인테사상파울루가 12% 각각 폭락했다. 이탈리아 은행권은 가뜩이나 유럽 재정위기 타격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충격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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