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교체율, 민주 27%ㆍ통합 37%…“실질적 현역 교체 없어” 곳곳 반발
4·15 총선을 약 한 달여 앞두고 각 당의 ‘대표 주자’가 될 후보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정권 심판’ 또는 ‘야권 심판’을 이끌겠단 의지다. 이를 위해 여야 공천관리위원회는 ‘현역 물갈이’에 주목하고 있지만, 슬그머니 ‘무더기 공천’이나 ‘돌려막기 공천’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까지 민주당에서 불출마하거나 컷오프(공천배제) 된 현역 의원은 총 35명으로, 현역 교체율은 27.1%였다. 통합당(37%)보다 10%P(포인트) 낮은 수치다.
공천 심사 전후로 불출마 의사를 밝힌 22명을 제외하면, 공관위 심사로 본선 참가자격을 따내지 못한 의원은 13명(10.1%)에 불과하다. 민주당의 실질적인 현역 교체율은 10%인 것이다. 비교적 현역이 강세를 보인 셈으로, 그 가운데서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수석급부터 행정관급까지 다양하게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서울 구로을)과 고민정 전 대변인(서울 광진을)은 전략공천을 받았다.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 공주ㆍ부여ㆍ청양),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 등의 인사도 단수공천을 받아 경선 없이 곧장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현역 의원 중에서도 홍영표(인천 부평을)ㆍ전해철(경기 안산 상록갑)ㆍ윤호중(경기 구리)ㆍ김태년(경기 성남 수정) 의원 등 이른바 ‘친문(친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경쟁자 없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특히 김경수 경남지사와 가까운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은 지난달 28일 컷오프됐다가 8일 경선 대상자로 선정되며 부활의 기회를 얻었다. 2018년 말 ‘공항 갑질’ 논란을 일으켰던 김 의원은 민주당 전략선거구 중 유일한 현역 생존자다. 홍익표(중ㆍ성동갑) 의원은 최근 “대구 봉쇄”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공천을 확정했다.
송영길(인천 계양을)ㆍ이인영(서울 구로갑)ㆍ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 등 86세대(80년대 학번ㆍ60년대생) 정치인들도 대부분 살아남았다. 이들은 지난해 말 86세대 대표주자로 꼽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정계 은퇴 선언을 한 것을 계기로 ‘용퇴론’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앞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스템 공천 심사와 공정한 경선을 통해 현역 국회의원의 20% 정도가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친문 핵심 현역과 86그룹을 막판에 몰아 슬그머니 무더기 공천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통합당도 일찌감치 ‘현역 50% 교체’를 최소 목표로 대규모 물갈이를 공언했지만, 교체율이 아직 50%에 못 미치고 있다. 더구나 현재까지 통합당의 공천 현황을 살펴보면, 지역구를 바꿔 공천을 받거나 경선 후보에 올라 있는 현역 의원은 10명에 달한다.
인물난 속에 인지도 있는 현역 의원들을 험지나 전략 지역으로 보내 1석이라도 더 얻겠다는 통합당의 현실적인 계산이나, 지역과 무관한 인물을 선택해야 하는 기회비용은 고스란히 유권자의 몫이다.
4선의 주호영(대구 수성을) 의원은 김부겸 민주당 의원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공천됐다. 4선 정우택 의원도 충북 청주상당을 떠나 충북 청주흥덕에서 도종환 민주당 의원과 대결하게 됐다.
김재원(경북 상주ㆍ의성ㆍ군위ㆍ청송) 의원은 연고가 없는 서울 중랑을에서 경선을 펼치며, 서울 서초갑에서 3선을 한 이혜훈 의원은 서울 동대문을에 나가게 됐다.
이에 대한 공천 반발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공천에 탈락한 전 서울ㆍ경기 당협위원장 17명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컷오프 대상 중진들을 수도권에 경선도 없이 내리꽂는 ‘돌려막기 공천’, 통합의 이름으로 경선 특혜를 주는 ‘철새 공천’”이라며 “황교안 대표와 최고위는 수도권 공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