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뉴타운, 교회 3곳과 갈등…부산 초읍1구역, 사찰에 ‘발목’
재개발 단지 등 주택 정비사업지 내 종교시설을 두고 재개발 조합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종교시설이 보상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며 이주ㆍ철거를 거부하고 있어서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4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주 '꿈꾸는교회'에서 명도(기존 점유자를 내보는 것) 강제집행에 나섰다. 장위4구역 조합은 지난해 11월 교회를 상대로 낸 부동산 명도단행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때 승소로 조합은 꿈꾸는교회 부지의 부동산 명의를 인도받을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장위4구역과 꿈꾸는 교회 사이 갈등은 조합원 지위를 신청하지 않았던 교회가 돌연 조합원 지위를 요구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교회는 조합원만큼 보상비를 쳐주고 교회 신축비와 재개발 아파트 보류지 등도 달라고 요구했다. 장위4구역 이주율이 99%에 달하는 상황에서 보상을 두고 버티는 교회는 '손톱 밑 가시'였다.
조합은 교회 부지의 감정평가액인 29억 원에서 웃돈을 얹어 40억 원가량을 제시했지만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교회 측 요구를 합하면 100억 원에 이른다는 게 조합 추산이다. 이번 강제집행으로 교회는 기존 감정평가액인 29억 원만 받고 장위4구역을 떠나게 됐다.
인근 장위10구역도 교회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긴 마찬가지다. 이곳에선 사랑제일교회와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 장위동교회 두 곳이 버티고 있다.
강경 보수 발언으로 유명한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보상비로 536억 원을 부르고 있다. 교회를 크게 신축할 예정인 데다 재개발로 인한 신자 감소도 보상받아야 한다는 게 근거다. 국토교통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서 정한 사랑제일교회의 재개발 보상금은 82억 원이다.
장위10구역 조합도 사랑제일교회 요구가 과하다며 법원에 명도 소송을 냈다. 조합은 애초 보상금보다 두 배 많은 40억~50억 원을 요구하는 제7 안식일 교회와도 줄다리기 중이다.
장위10구역 조합 대의원인 김 모 씨는 "장위 10구역 이주율이 90%가 넘는데 교회 때문에 재개발이 멈춰섰다"며 "교회 문제만 해결되면 재개발 사업에 순풍이 불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Y공인 관계자도 "장위 4ㆍ10구역은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과 걸어서 10분 거리인 역세권 구역"이라며 "교회 문제가 정리되면 장위뉴타운 대표 단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재개발 보상을 두고 조합과 갈등을 빚는 건 개신교뿐만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초읍1구역은 3년째 재개발 구역 남쪽에 있는 사찰인 '삼광사'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조합에선 삼광사 측에 재개발 이후 사찰을 새로 지을 부지로 약 4132㎡를 제안했다. 삼광사에선 제안을 거절하며 2만1487㎡를 요구했다. 구역 면적이 8만8211㎡인데 그 4분의 1을 대토(代土)로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게 조합 입장이다. 조합은 삼광사 부지를 재개발 구역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러면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박명수 초읍1구역 조합장은 "사찰에서 무리한 요구를 던진 후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부산시라도 나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종교시설과 갈등을 빚는 재개발 사업장이 늘어나자 지자체도 해법 찾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주 '정비구역 내 종교시설 보상처리에 관한 실태조사 및 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정비구역 내 종교시설 보상을 둘러싼 갈등 실태 등을 조사하고 제도 개선점을 찾기 위해서다.
용역 발주에 앞서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선 종교시설 보상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특히 재개발에 따른 신도 감소에 대한 보상은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재개발 이후 종교시설 신축비까지 보상해주는 건 과다하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법무법인 센트로의 김정우 변호사는 "현행 도시정비법엔 종교시설 보상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조합에선 일반 토지 소유자 등에 준해서 관련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며 "만약 종교시설이 조합원 분양을 신청하지 않는다면 청산 절차를 진행하는 게 낫다. 그러면 종교시설이 무리한 요구를 하기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궁극적으론 도시정비법 등 구속력 있는 규정에 합리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