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 ‘新풍속도’] “은행 창구, 점심시간도 한산”…코로나發 ‘언택트’ 바람

입력 2020-03-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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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 비대면거래 3378만건…작년 동기 대비 219만건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에도 대면거래를 꺼리는 ‘언택트’(untact)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객들의 지점 방문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뱅킹 이용이 크게 늘었고, 금융사들은 재택근무와 근무 장소를 분산하는 이원화 근무 등을 운영 중이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 창구 거래(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건수 기준) 비중은 7.7%까지 감소했다. 대신 비대면(자동화기기·텔레뱅킹·인터넷뱅킹)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92%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점 등 기기 설치 장소를 방문해야 하는 자동화기기(CD/ATM) 사용 비중은 28.9%에 불과했다.

이처럼 빠르게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고 있었는데 코로나19의 공포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속히 증가세를 보이던 지난달 16~22일까지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의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체 건수는 3377만7426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159만4833건에 비해 7% 증가한 수치다. 농협은행이 전년보다 13%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어 신한은행이 884만3475건으로 전년(811만3645건)보다 9% 늘었다. 하나은행도 245만1688건을 기록, 전년(229만8147건)보다 7% 증가했다. 거래 고객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1000만9422건)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비대면 거래 이체 건수를 기록했다.

반면 지점 방문자 수는 30~40%가량 줄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바쁜 시간대인 점심시간에도 방문자가 한 손에 꼽을 정도”라는 말했다.

은행들도 당분간 비대면 거래 관련 수수료를 안 받는 등 지원에 나섰다. 고객의 불안감도 줄이고 은행 지점 직원들을 위해서도 대면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은행장들은 최근 코로나19 특별관리지역인 대구·경북지역의 비대면 거래 고객에게 수수료를 경감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이달 31일까지 전 개인고객의 인터넷·스마트뱅킹 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가 비대면 거래를 더욱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사들이 재택이나 분할근무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사는 망분리 규제로 인해 임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코로나19 관련 상황 발생시에도 금융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공지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본점 부서를 4~5개조로 나눠 인력 20% 이상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KB국민은행도 본점 인력에 대해 근무 공간을 분산하는 동시에 지난달 27일부터 직원 15% 수준에서 재택근무를 실시 중이다. NH농협은행은 본점 인력 및 영업본부 전 직원에 대해 전달 28일부터 4개조로 편성해 총 인원의 30% 정도가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이와 동시에 본점 인력은 신관에 마련된 대체 사업장으로 분리해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예방과 본점 폐쇄 등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정책들이 근로 체계 변화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재택·원격 근무가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 유연한 근무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면 영업을 필수로 여겼던 보험사들도 비대면 영업을 권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온라인채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단기보험·미니보험 등을 출시하고 있고 전자계약이 편리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카드사들도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언택트’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비씨카드는 GS리테일과 제휴해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 기술을 접목한 무인편의점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카드는 CU 편의점과 함께 얼굴인식 결제방식인 ‘페이스페이’를 시범 서비스 중이고, 롯데카드는 세븐일레븐과 함께 손바닥 정맥인증 방식인 ‘핸드페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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