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얻기 위해 노력하던 한정품은 이제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간절해 본적이 있을까요? 일주일에 단 2개. 오랜 줄서기를 감내해야 얻을 수 있는 귀하디귀한 물건 ‘마스크’입니다.
지갑을 열어 두둑한 지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스크를 보여주는 것이 진짜 ‘플렉스’라는 ‘마스크 플렉스’란 단어까지 통용될 정도죠.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확진자도, 사망자도 메르스 때를 훌쩍 넘겼습니다. 온 국민이 불안감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 시간. 유일하게 의지할 곳이 있다면 바로 마스크죠.
나와 내 주변을 지킬 수 있는 이 마스크는 현재 일주일에 단 2개만 구할 수 있습니다. 전체 마스크 생산량의 80%가 공적 판매처를 통해 공급되고 있는데요. 공적 판매처가 아닌 유통채널에서는 현재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는 공적 판매처를 통한 마스크 판매를 진행하며 ‘마스크 5부제’를 시행 중인데요.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직장을 나가는 이들에게 일주일 단 2개의 마스크는 너무나도 가혹하죠.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는 마스크 때문에 대체품에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먼저는 면 마스크가 대표적입니다. 보건용 마스크만큼은 아니지만, 비말(침방울)을 막아줄 수 있어 유용합니다. 보건 당국에서도 보건용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다가,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면 마스크도 도움이 된다”라며 적극 홍보에 나섰습니다.
여기에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수제 면 마스크에 '정전기 필터'를 부착하면 KF80 마스크 수준의 비말입자 차단 효과가 있다는 평가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러자 정전기 필터 수요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면 마스크 사이에 정전기 필터를 넣어 사용하기도 하고, 정전기 필터로 마스크를 만들어 착용하기도 하는데요. ‘정전기 필터로 마스크 만들기’는 이미 블로그, 유튜브, SNS에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입체 마스크 도안과 함께 저마다의 방법을 공유하며 지혜를 나누는 중이죠.
연예인 김가연은 ‘페이스 필름’ 부착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 필름은 머리 염색 시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이마에 붙이는 얇은 투명 필름입니다. 접착테이프가 있어 마스크 상단에 붙이면 되는데요, 필터가 없는 면 마스크를 사용할 때 불안감을 덜어줄 것이라는 평입니다. 하단은 뚫려있어 숨 쉬는 데에도 문제가 없고, 투명하기 때문에 착용할 때 민망함(?)도 적은 편이죠.
페이스 필름 인기가 높아지자 인터넷에는 주문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판매자는 “주문할 수 있다. 갑자기 왜 문의가 많아지는지 모르겠다”라며 의아함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죠.
아예 얼굴 전체를 가려주는 일명 ‘코로나 모자’도 화제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좀 오버’라는 인식이 강했는데요. 코로나 확산세도 지속되고, 마스크가 부족해지면서 ‘필수 물품’이 되는 모양새입니다. “제가 이걸 사게 될 줄 몰랐어요”, “한 때는 웃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구매합니다”라는 자아성찰(?) 가득한 후기도 줄줄이 이어지죠.
이틀 새 서울 구로 코리아빌딩 건물 내 콜센터에서 100여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서울도 ‘집단 감염’의 우려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죠. 확진자들도 수도권 출퇴근자이기에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당연히 이용했는데요. 그로 인한 불안감도 커진 상태입니다.
수백,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이 오고 가는 출퇴근길. 정말 작디작은 보호막인 마스크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입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를 실천하는 시민들의 버팀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