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코로나19 백신 개발 불붙었다

입력 2020-03-18 18:00수정 2020-03-1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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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과거에 유행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전염력이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치료제만큼 예방 백신에 관한 관심이 높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약ㆍ바이오기업들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GC녹십자 등 굵직한 백신 기업은 물론 바이오 벤처들도 도전해 눈길을 끈다.

SK의 백신 전문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질병관리본부가 공고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국책 과제인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 개발’ 사업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질병관리본부의 지원 아래 코로나19 서브유닛백신 후보물질 제작에 필요한 항원 부위 선별 및 유전자 합성과 다양한 후보물질 제작ㆍ생산ㆍ확보 등 연구ㆍ개발(R&D)을 수행하게 된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신종 감염병 대유행 시 빠르게 적용 가능한 백신 제조기술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한 R&D에 돌입한 바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신규 코로나 백신 개발이 완료되는 즉시 안동 L하우스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체제를 갖췄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는 백신 개발을 통해 축적된 R&D 역량을 기반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에 발현하는 단백질 가운데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활용해 대량 생산할 방침이다. 백신의 효력을 높이기 위해 면역증강제를 함께 사용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서울대병원을 통해 국내 코로나19 완치 환자의 혈액을 확보하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9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우선순위 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 확보한 혈액으로 항체 스크리닝 작업을 하고 있다. 연구 인력은 24시간 3교대로 풀가동 중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4월 말까지 항체의 중화능력을 테스트하고 5월부터 임상용 항체를 생산하겠다”면서 “개발된 치료용 항체는 단기간 예방효과가 있는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바이오 기업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동참했다. 각자의 특장점을 살려 개발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스마젠은 국제백신연구소와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VSV 벡터 기술’을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회사에 따르면 VSV 벡터 기술은 다양한 바이러스 유래 감염증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안전성이 뛰어나고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효과가 높다.

식물 기반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는 지플러스생명과학은 백신 개발을 위한 동물 실험에 들어간다. 회사는 식물 기반 플랫폼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재조합 백신 후보물질이 식물에서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식물기반 플랫폼은 기존 백신 개발에 사용되는 유정란이나 동물세포 배양 기술보다 백신 후보물질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동물 실험에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면 오송 식물호텔 시스템을 통해 백신 후보 물질을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제넥신은 바이넥스, 제넨바이오와 손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19 DNA백신 GX-19 개발 산-학-연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국제백신연구소와 카이스트, 포항공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이다. DNA백신 기술을 가진 제넥신은 ‘GX-19’의 임상을 비롯한 모든 개발 과정을 주도적으로 조율하고,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바이넥스는 글로벌 상용화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시료 생산을 책임진다. 이종이식 전문기업 제넨바이오는 GX-19의 효능과 안전성 검증을 위한 영장류 비임상 시험을 담당한다. 컨소시엄은 6월 임상시험 수행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 이르면 7월 중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모더나테라퓨틱스가 개발한 ‘mRNA-1273’의 임상 1상 환자 투여를 개시했다. 최초의 코로나19 백신 임상으로, 이르면 7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모더나는 2021년 6월을 목표로 잡고 있다.

백신은 일반적으로 치료제보다 개발 기간이 길고 수익성은 떨어진다. 이를 반영하듯 글로벌 임상시험 레지스트리 크리니컬트라이얼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도 치료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RNA바이러스인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에 취약해 상용화된 백신이 감염 확산을 막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외에 뾰족한 예방책이 없는 상황에서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어 백신에 대한 수요는 높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은 출시까지 최소 18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돼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임상시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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