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겜:뷰는 '이투데이의 게임 리뷰'의 준말로 다양한 게임을 독자에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프로게이머를 준비한 기자의 경험을 통해 가감 없이 평가하겠습니다.
슬프지만 하나만 가정해보자. 사랑하는 사람이 눈을 감았다. 그런데 어떤 녀석들만 처치한다면 다시 살릴 수도 있단다. 다행히 동물은 아니고, 선량한 사람은 더욱 아니다. 단지 나보다 몸이 수십 배 큰 거상들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다소 밋밋해 보이고 억지스러운 설정에 기반을 둔 게임 '완다와 거상'. 완다는 죽은 소녀 모노의 생명을 되찾기 위해 금단의 땅에 들어간다. 거상으로 알려진 열여섯 거인을 차례로 물리치기 위해서다. 저주받은 운명을 가졌다는 이유로 주변인에게 희생당한 모노를 살리기 위해 그는 목숨을 건 싸움에 나선다.
◇광활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거상과의 전투
게임 설정이 조금 단순할 수도 있지만, 막상 그 세계로 들어가면 생각이 달라진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을 달려 신전을 찾아가다 보면 대자연에 압도되는 기분마저 든다.
최초 출시했던 플레이스테이션(PS)2 버전에서는 그래픽 프레임이 낮아 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지만, PS4 사양에 맞춰 리메이크한 이 타이틀은 나뭇잎, 거상 몸에 난 털의 움직임 등 세부적인 묘사까지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완다는 '고대의 땅'이라고 불리는 광활한 세계를 뛰고 걷고, 기어오르며 거상과 대적한다. 각지에 흩어진 거상을 찾아 처치한 후 고대의 땅 중간 지점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거상들은 거대한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벼랑 위나 건축물 내부에 숨어있다. 결국, 단순한 설정이지만 다른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거상과의 전면 대결이 핵심이다.
게임이 단순해 끝을 보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위처'처럼 거대한 게임에 재미를 느끼는 유저라면 싱겁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빠른 전개를 선호하는 유저에겐 제격이다. 6~8시간 사이면 끝을 볼 수 있고, 사랑하는 모노를 살릴 수 있다. 코로나19로 밖을 나가기 힘든 요즘, 주말을 이용해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나기 좋은 이유다.
◇판타지 가미된 게임인데…쓸데없이(?) 높은 현실감
빛나는 검을 나침반 삼아 거상의 위치를 찾고, 광야를 가로지르며 작은 몸으로 거상과 대적하는 게임인 '완다와 거상'. 하지만 쓸데없이(?) 높은 현실감을 구현한 탓에 게임을 하는 데 불편할 때가 있다.
유저들의 가장 큰 원성을 산 것은 완다가 타고 다니는 말 '아그로'다. 아그로는 완다의 이동 수단인 동시에 거상을 물리치는 데 큰 공을 세우는 존재. 그런데 (게임이지만) 현실을 반영해서 아그로는 커다란 장애물을 만나면 뛰어넘지 못한다. 특히, 장애물이 앞에 있으면 속도가 크게 줄어서 관우의 적토마보다 못할 때가 있다. 급하게 멈추기도 해 게임의 묘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튜토리얼이 조금 불친절한 것 역시 단점이다.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튜토리얼에서 움직이거나 전투 방법을 익히기 마련. 하지만 '완다와 거상'은 거상을 어떻게 공격하는지,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지 잘 알려주지 않는다. 배우는 속도가 느린 사람이라면 한참 애먹을 가능성이 있다. 각각의 거상의 약점을 찾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서 '공략법'을 찾는 사람도 많다. 물론 이를 모르고 게임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밌다.
◇완다와 거상, "내가 해본 최고의 게임" vs "카메라 위치 최악이야"
완다와 거상은 대체로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현실 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에서 볼 수 없는 자연과 묘사 덕분이다. 가장 유저들의 칭찬하는 부분 역시 '세부적인 묘사'다. 게임 안에서 생동감을 느끼고, 가상의 거상이지만 생동감 있는 움직임은 이 게임의 장점이다. 한 유저는 "게임의 분위기가 몽환적이고 외로운데 이것이 생생히 표현된다"라고 설명했다.
세계 비평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10점 만점에 '0점'을 준 유저도 꽤 있다. 이들은 대게 부자연스러운 카메라 워킹을 문제 삼았다. 카메라 움직임이 역동적인 게임 몰입을 저해한다는 것. 이 때문에 아그로를 똑바로 조종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흥미로운 소재에 쉽게 만날 수 없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이지만 완벽하진 않은 듯하다.
PSN플러스 가입자는 3월 6일부터 무료로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으니, 코로나19로 떠나지 못한 나들이를 '완다와 거상'으로 떠나봐도 괜찮아 보인다.
※기자의 한 줄 평 ★★★
"가슴 떨리는 거대함과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