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식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판데믹 여파로 폭락한 가운데, 소위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숨 가쁘게 사들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2~20일, 15거래일) 코스피 시장에서만 9조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이달 초와 비교해 20%가 넘게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점 매수 기회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미의 매수세는 유명 기업에 집중됐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는 이달에만 개인투자자들이 코스피 시장 전체 매수액의 절반 규모인 4조 원어치를 샀다. 주식 수로는 약 8000만 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2배 수준이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기 바빴다. 코스피 시장에서만 10조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예로 든 삼성전자 주식은 4조 4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외국인이 투매한 주식을 우리 국민이 대부분 받았다는 이야기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자금 회수의 배경은 같은 기간 미국 다우지수는 30% 가까이 급락했고 유럽에서도 독일 DAX30 지수가 약 25% 떨어지는 등 자국 사정 때문으로 풀이된다. 판데믹에 따른 실물 경기 타격과 달러ㆍ유가 등의 변동성 확대도 불안심리를 자극했다.
그러니까, 외국인이 자기 사정 혹은 주식 가치가 내릴 것 같아 주식을 내놓자마자 가격이 충분히 떨어지기도 전에 개미들이 앞다퉈 사간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전세계 시장이 휘청이며 ‘바닥’을 알 수없는 상황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은 ‘한국서 바겐세일 중’이 아니라 ‘세계 공통 폭락 중’이다.
물론 최근 낙폭이 금융위기 이후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언젠가는 제자리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반등 시점과 정도는 아무도 모른다.
참고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545조1000억 원이다. 외국인의 추가 매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몇몇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는 자신의 SNS에 무협지 구입 인증을 올렸다. 현재 시장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없으므로, 시간이라도 떼우며 이 힘든 시기를 버티겠다는 업계식 농담이다.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단 시장 돌아가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소중히 모은 돈으로 혹시라도 외국인 투자자가 너무 낮은 가격에 팔지 않도록 신경 써주기에는 너무 아깝다.
‘바닥은 없다’는 주식시장의 오랜 격언을 되새길 시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판데믹 영향이 적은 유망기업을 발굴해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