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發, '윤석헌의 키코 배상안' 거부…시중은행으로 ‘불똥’ 튀나

입력 2020-03-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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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하나·대구은행, 같은 논리 앞세워 배상안 거부 결정할 가능성 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배상 권고안 수용 불가 입장을 내세우면서, 배상안 수락 여부를 고민 중인 신한·하나·대구은행 등 시중은행 사이에서도 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상안을 거부하면서 산업은행이 제출한 불수락 사유서상 논리를 시중은행들이 그대로 내세울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5일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배상안을 거부하면서 2장 분량의 불수락 사유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은 해당 사유서에 ‘손해사정의 부적정’을 명시하며 배상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분조위가 배상을 권고한 기업은 키코 상품으로 오버헤지된 부분에서는 손실을 얻었으나, 헤지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분조위의 손해사정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판매처럼 키코 상품도 중소기업이 이해하기 힘든 금융공학적인 상품이었고, 상품에 대한 설명이 제한적으로 이뤄졌으므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DLF사건을 보면 손실이 커지기 전 분명 이익을 본 고객이 있다. 산업은행이 키코에 적용한 원리를 똑같이 대입하면 그 DLF 고객도 손실 전에는 이익을 봤으므로 배상해줄 필요가 없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은행의 불수락 사유서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이 제출한 불수락 사유서에는 손실 부분에 대한 주장 외에도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내용 또한 포함됐다.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적정한 거래제안서와 설명서를 제공했고, 해당 기업의 오버헤지 여부도 사전에 검토했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이 이 같은 논리를 내세우면서 분조위 권고안 수락 여부를 고심 중인 시중은행들도 배상안 거부 쪽으로 결론을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이사회 일정 연기와 추가적인 법률 검토를 이유로 통보 기한을 연기해 왔지만, 사실상 국책은행의 배상안 수락 여부와 법률적 논리를 참고하기 위한 시간 끌기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 하나, 대구은행은 이미 수락 여부 통보 기한을 3차례 연기해 다음 달 6일까지 최종 답변을 내놔야 한다. 하지만 키코 사태가 이미 10여 년이 흘러 법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점, 분조위 배상 권고는 강제력이 없어 은행들이 수용하지 않으면 피해 기업이 배상을 받지 못하는 점 등은 시중은행이 권고안을 거절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이 먼저 금감원에 불수락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나머지 은행들은 거부 의견을 밝히는 데 부담이 덜하다.

금감원이 피해금액과 배상비율을 바탕으로 산정한 은행별 배상액은 신한은행이 150억 원으로 가장 큰 금액을 받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키코는 매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최대한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있다. 이사회 인원이 많지는 않아서 코로나19로 이사회가 무산될 가능성은 없고, 이달 말에는 이사회가 열려 수락 여부가 확실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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