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글로벌 경제의 근간을 집어삼키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충격은 더 크다. 작년 2%에 턱걸이했던 경제성장률은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후퇴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런 전망조차 지금 의미 없을 정도다. 정부는 11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금융시장안정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외환위기의 안전판인 한·미 간 6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까지 끌어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주가가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금융시장이다. 온갖 대책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문제가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확산에서 비롯된 만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로 귀결된다. 글로벌 차원으로 번진 상황은 기업 부실이나 금융시스템의 고장으로 인한 위기의 차원을 훨씬 넘고 있다. 과거의 국지적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게 최대의 리스크다. 지금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과제는 없다는 애기다.
유례없는 재난에 국민의 생계 안정과, 수출과 내수의 활성화, 금융시장 진정보다 급한 건 없다. 국민의 일상생활이 멈추면서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업종과 규모 가릴 것 없이 기업들의 줄도산이 불 보듯 뻔하다. 대량 실업으로 민생이 벼랑 끝에 내몰리는 최악의 상황이 불가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3일 경제위기 상황에 기업활력을 높이기 위한 8대 분야, 40대 입법 과제를 긴급 제언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할 것과, 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 대형 마트 의무휴업일 및 온라인쇼핑 영업시간 제한 완화, 탄력근로제 개선, 해고요건 완화, 사업장 내 시설점거쟁의 금지, 대체근로 허용 등의 내용이다. 경제계가 줄곧 주장해온 규제와 노동개혁의 핵심 현안들이다.
한두 차례 되풀이된 절박한 호소도 아니다. 위기 극복과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동력을 만들고, 기업투자를 살려 신산업을 창출하면서 일자리 창출의 근간으로 삼자는 요구였지만 늘 외면당해 왔다. 포퓰리즘에 경도된 이념 지향의 경제정책 기조에 어긋나고, 제 밥그릇부터 챙기는 노동계의 반발을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이다.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경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그야말로 미증유의 사태다. 그 충격이 얼마나 넓고 깊을지 여전히 짐작조차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허약한 경제체질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단 살아남지 않고는, 무너진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울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기업부터 살려내지 못하면 생산, 수출, 소득, 소비, 고용 모두 망가진다. 경제 정책의 모든 것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