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 글로벌 증시 폭락에 따른 유동성 우려로 연일 신저가를 경신 중이다. 증권사들은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심이 회복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글로벌 증시 폭락이 이어지며 전일 KRX 증권 지수는 올해 초와 비교해 40.71p 하락한 333.99을 기록했다. 수익률로 따지면 47.7%가량 내린 수치다.
같은 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증권사 중 총 9곳(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대신증권, 유화증권, 현대차증권, KTB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는 10년 내 저점을 찍었다.
특히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은 주가가 2000년대 초 수준으로 회귀했다. 삼성증권(2만800원)은 2004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었고, NH투자증권(6310원)도 2004년 8월 2일 종가(643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증권업체 주가가 줄줄이 신저가를 다시 쓰는 건 글로벌 증시가 폭락에 따른 유동성 우려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ㆍ파생결합증권(DLS)이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요국 지수ㆍ자원 가격 변동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에 대규모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는 기업어음(CP) 등을 찍어내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CP 조달금리가 급등하고 현물시장에까지 충격이 오는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며 증권사를 둘러싼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투심 악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투자여건의 급격한 악화로 ELS, PI, 대체투자 등 증권사의 운용관련 손익 전반의 위험이 고조되는 환경”이라며 “게다가 최근 코스닥 지수 급락은 사모펀드와 메자닌 시장 전반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여 투자은행(IB) 등 기타 수익원 또한 동반 축소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화스와프와 채권시장 안정화 펀드를 통해 유동성 부담은 해결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ELSㆍDLS 마진콜 규모가 대규모 손실로 직결되진 않는다는 점에서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증권업종의 주가가 매우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ELS·DLS 관련 마진콜 규모를 예상손실 규모로 투자자들이 오해하면서 발생했다”라며 “그러나 과거에 주요국 시장이 크게 하락한 경우 증권사의 증거금은 크게 증가했지만 대규모 손실로 연결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거래비용(헷지비용) 증가가 실적에 반영되며 1분기 이익이 감소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해외 주가지수가 계속 하락하게 된다고 가정해도 증권사의 증거금 부담이 비례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각 증권사들은 배당을 늘리고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가 방어를 위한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대신증권, 현대차증권이 배당금을 늘렸고,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이달 들어 경영진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이달 3일부터 이틀에 걸쳐 자사주 5000만 주를 장내 매수했고,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은 지난달과 이번 달 합해 총 13만 주에 가까운 자사주를 사들였다. KTB투자증권은 9년 만에 30억 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