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사회적 거리두기 취지 맞지 않아”…“비용 줄이려는 꼼수” 불만도
딜로이트안진이 26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유급휴가 소진을 강제하면서 논란이다. 내부에선 재택 근무 대안이 있는데도 회사가 휴가 사용을 통제한다며 불만이 거세다. 최근 코로나19로 직장 갑질 사례가 증가하면서 회계업계도 노사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딜로이트안진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시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창립기념일을 전후로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블록 홀리데이를 추가한다”며 전체 연차 소진일로 지정했다.
이어 “전 세계가 겪고 있는 전례 없이 특별한 상황에서 내린 필요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예정된 업무를 포함한 긴급할 경우, 각 본부에 따라 근무 가능하며 대체 휴무를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급작스런 연차 통제에 내부에선 반발이 이어졌다. 강제 연차 소진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코로나19를 이유로 무급 휴가 및 강제 연차 등 직장 내 갑질 피해를 보는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연차 강제는 위법”이라며 “연차휴가는 강제로 사용케 할 수 없으며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는 연차휴가를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시기지정권’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근로기준법 60조 5항은 ‘사용자는 관련 법 규정에 따른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사측이 연차휴가 사용을 강제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노사 갈등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근로자 측은 코로나19로 회사 경영상 타격이 있거나 휴업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사전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재택이나 원격 근무로도 사회적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도 개인 연차를 통제하면서 결정한 배경은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딜로이트안진 근로자는 27일 “정부가 권고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필요한 사회적 접촉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이지 강제 연차를 통해 업무 사이클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회계사는 “내부에선 ‘휴가 꼼수’라는 말도 있다”며 “회계사 대부분이 업무량이 많아 연차 소진이 쉽지 않은 편인데 이런 조치를 통해 유급휴가를 소진시켜 연가보상비 지출을 일괄적으로 줄이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연말에도 강제로 연차 기간을 지정하면서 일각에선 불만도 나왔는데 올해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갑자기 강제 연차를 통제받다보니 반발이 더 거센 것 같다”고 밝혔다.
딜로이트안진 측은 “공지한 대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내린 조치로 권고적인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근무가 필요한 인원은 예정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차후 대체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부에선 ‘사실상 강제’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본부에서 사전에 할당된 스케줄이 없다면 일괄적으로 휴가 처리가 되며 부득이한 사유는 허가받야 한다는 설명이다.
홍서원 대상노무법인 노무사는 “해당 사례는 근로자 시기지정권을 제한한 사례”라며 “사업주에게도 시기변경권이 있지만 영업상 중대한 차질이 생길 경우로 한정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를 이유로 휴가를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