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의 주식 보유 현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외주식 직구족’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듯 일부 공직자들도 보유 중인 국내 주식을 팔고, 해외 우량주 등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미국, 중국, 베트남 주식을 새로 사들였다.
이투데이가 정부 중앙부처 산하 고위공직자 683명(교육부 산하 국공립대 소속 제외)과 그 가족의 지난해 말 기준 상장주식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32명이 기존 매입했던 해외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 매수했다. 이들이 가진 주식 보유액은 평균 2억1900만 원 선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공직자가 투자한 해외주식 종목 상위권을 베트남과 중국 기업이 차지했다는 점이다. 공직자 재산신고 기준일(작년 12월 31일)에 국내 외화주식 보관 잔액 중 60% 가까이는 미국 주식이었다. 이어 일본과 중국, 홍콩 순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직자들이 일반 개인투자자보다 상대적으로 신흥국 투자에 주력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1위는 베트남 기업인 바오베트남(7명)이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모든 분야에서 1위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증권과 자산운용 등 금융업 전반에도 계열사를 갖추고 있다. 2위는 사이공하노이증권(6명)과 중신증권(6명) 등 베트남과 중국 증권사가 공동으로 차지했고, 테슬라(5명), 텐센트(5명)가 뒤를 이었다.
이외 복수 응답이 나온 종목 모두 미국, 중국, 베트남 증시 상장 종목이었다. 항서제약, JD닷컴, 호아팟그룹, 중국평안보험, 아마존, 중국인민재산보험 등에 4명의 고위공직자가, 호시민시개발은행, BYD, PV가스, 마산그룹, 빈그룹 등에는 3명이 투자했다.
가족 단위로 가장 많은 해외주식 종목을 보유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는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본인 명의로 19억6857만 원, 배우자 명의로 13억700만 원을 116개 종목에 나눠 투자했다. 이 중 절반을 훨씬 웃도는 76개가 해외 주식이었다.
김 사장의 포트폴리오는 주로 미국이나 홍콩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에 집중돼 있었고, 배우자는 중국 주식과 더불어 베트남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으로 불리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지주회사(알리바바홀딩스, 텐센트홀딩스)를 각각 230주, 1000주 보유 중이다, 또 다른 중국 유명상거래 사이트 JD닷컴(420주)도 포함됐다. 베트남 주식으로는 호아팟그룹(6700주), 빈꼼리테일(1500주), 빈그룹(1000주), 바오민보험(2000주) 등이 있었다.
고위공직자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해외주식에 투자한 사례를 살펴보면, 이경실 한국지역난방공사 부사장이 바오베트남(1500주), 중신증권(5000주) 등을 랩어카운트 방식으로 보유 중이고, 유종남 한국광물자원공사 상임감사도 PV가스 200주, 마산그룹 400주, 호아팟그룹 2470주, 사이공증권 1500주 등을 신규로 매입했다.
배우자만 해외주식을 거래한 사례도 많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국내 주식 중 셀트리온(83주)만 보유하고 해외주식 보유 내역이 없었던 반면, 배우자는 호아팟그룹(9802주), 미국 나스닥 종목인 엔비디아(2970주)를 갖고 있다고 신고했다. 총 주식 보유액수는 2960만 원가량이다.
김광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의 배우자는 해외국채와 ETF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10년물 브라질 국채(BNTNF10) 5만1000주, 블랙록(Blacklock) 운용사의 ISHARES MSCI AㆍHㆍGㆍJ 등을 20주 내외로 보유하고 있다. 총 투자액수는 4800만 원가량이다.
이외에도 김경선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 김종열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장, 구본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신현석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장영수 대전지방검찰청 검사장, 김규현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김병구 제주지방경찰청장, 최흥진 기상청 차장 등이 배우자 혹은 자녀 명의로 해외주식 보유를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