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의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기존 4강 체제였던 양산형 아이스크림 시장이 ‘빙그레 vs 롯데 연합군(롯데제과ㆍ롯데푸드)’이라는 양강 구도로 개편됐다. 저연령층 감소로 인한 인구 구조 변화로 아이스크림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고 있지만 장수 브랜드 파워가 강한 제과ㆍ빙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빙그레는 생존을 위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31일 해태제과식품과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보통주 100%인 100만 주를 1400억 원에 인수했다. 빙그레는 이번 인수에 대해 “해태아이스크림이 보유한 부라보콘, 누가바, 바밤바 등 전 국민에게 친숙한 브랜드들을 활용해 기존 아이스크림 사업부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빙그레의 아이스크림 해외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은 빙그레가 26.6%, 해태제과식품(해태아이스크림)은 16.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빙그레는 산술적으로 42.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해 시장 1위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롯데제과는 29.0%, 롯데푸드는 15.3%의 점유율을 갖고 있어 별도 법인이지만 롯데 계열사로 묶을 경우 두 회사의 점유율은 44.3%로 빙그레보다 다소 높다. 따라서 국내 빙과 시장은 앞으로 양강 구도 아래 수십 년 동안 세대를 이어온 장수 브랜드 간 파워 게임이 펼쳐질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이번 투자는 국내 양산형 아이스크림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2조337억 원이었던 시장 규모는 수년간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1조6163억 원으로 줄었다.
시장 축소 상황에서도 빙그레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한 것은 냉장 제품(우유 및 유음료)과 냉동 제품(아이스크림)으로 양분돼 있는 사업이 정체돼 있어 사업군의 볼륨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빙그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냉동 및 기타 품목군(아이스크림ㆍ기타) 매출액은 3608억 원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품목군 매출액은 2010년 3055억 원을 기록한 이후 10년간 3000억 원 대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빙그레는 메로나, 붕어싸만코, 투게더, 비비빅 등 기존 인기 브랜드 라인업에 부라보콘, 누가바 등 해태제과 베스트셀러 브랜드를 더해 외형을 키워 국내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매출의 90% 이상을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는 빙그레는 해태아이스크림 제품 수출 계획도 갖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작은 숫자이긴 하나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태 제품 중에서도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빙그레는 최근 몇 년 새 중국ㆍ미국 법인을 차례로 설립한 데 이어 지난해 9월 신흥 시장인 베트남에 주목해 현지 판매 법인을 설립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해태 아이스크림 브랜드도 수출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도 빙그레의 강공에 대응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제품을 출시해 맞불을 놓는다.
롯데제과는 이날 월드콘의 광고 모델로 프로게이머 페이커를 발탁했다. 페이커(본명 이상혁)는 부동의 온라인 1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다. 롯데제과는 10~20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페이커를 월드콘 모델로 발탁해 아이스크림 1위 아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젊은 층과의 교감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빙그레가 최근 슈퍼콘 모델로 손흥민에 이어 ‘유산슬’을 발탁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롯데제과는 2월 뉴트로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인 ‘돌아온 엄마의 실수’를 출시하기도 했다. 롯데제과는 매년 15개 내외의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