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실적 악화에 기업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다수의 상장사들이 사업보고서에 ‘경제위협’, ‘위기’, ‘충격’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심각한 경영 어려움을 설명하는 상황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 710개사(전체 상장사의 33.58%)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인 영업난을 호소했다. 대다수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타격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최저임금 인상 △미중 무역분쟁 △북핵 도발 △일본 수출 규제 등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상장사들은 지난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04% 급감한 102조285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52조4420억 원으로 반토막(-52.82%)이 났다. 코스닥 역시 순이익이 10.47%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상장사 492개사(코스피 267사, 225사)는 코로나19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티케이케미칼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내수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중국 업체들의 수익 악화가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 내 재고 감소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공시했다. 청보산업도 “코로나19로 생산라인이 차질을 빚었고, 차량 출고가격 인상에 따른 판매 부진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지적한 곳도 350개사(코스피 223사, 코스닥 127사)에 달했다. 중앙오션은 “무역분쟁 영향으로 해운 시황 침체가 겹치면서 신규 발주가 억제되고 있다”고 말했고, 하이비젼시스템은 “무역분쟁 여파로 당사 주요 고객사인 북미, 중국 고객사들의 신규 투자가 축소되면서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111개사(코스피 84사, 코스닥 28사)가 지목했다. 신라섬유는 “노동 집약적 산업인 섬유산업 특성상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제도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본 수출 규제 43개사(코스피 32사, 코스닥 11사) △북한 미사일 발사 12개사(코스피 8사, 코스닥 4사)도 대외적ㆍ정치적 갈등을 실적 부진 원인으로 꼽았다.
업종별 구분도 비교적 뚜렷하다. ‘코로나19’는 특히 여행업(한국공항, 하나투어, 티웨이항공)과 음식료업(하이트진로, 동원F&B) 기업들의 언급이 두드러졌다. ‘무역분쟁’은 조선업(현대미포조선, 한국조선해양)과 화학업(SK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이 많았다. ‘최저임금’은 제조업과 유통업, ‘일본과 북한’은 반도체 및 수출업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코로나19 이슈로 현 수준에서 약 -20% 감익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2분기 실적이 바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