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의 밑그림이었던 G80이 3세대로 거듭나며 '존재의 당위성'이 다시 커졌다.
새 모델은 간결함과 대범한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다. 우아한 곡선 속에 짜릿함이 가득한 주행성능도 담고 있다.
3세대 G80은 제네시스 디자인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
독일 포르쉐가 수십 년 동안 원형 헤드램프를 앞세워 그들의 강력한 레거시(Legacyㆍ유산)를 완성했다면, 이제 제네시스도 위아래 2줄로 나뉜 헤드램프(쿼드램프)로 새 역사를 쓴다. 쿼드램프가 브랜드의 상징성을 틀어쥔 셈이다.
동시에 "앞으로 경박스러운 바꿈질은 하지 않겠다"는 디자인 전략도 담겨있다.
묵직한 도어를 열어보면 간결한 인테리어가 눈앞에 펼쳐진다.
인테리어는 전반적으로 화려한 라인을 자랑하되 그 안에 담긴 내용물은 작고 간결하다.
여러 가지 조작 버튼을 한 자리에 모으거나 하나의 버튼으로 통합했다. 나머지를 ‘여백’이라는 매력으로 채웠다.
변속기 레버는 사라졌다. 대신 동그란 다이얼이 자리 잡았다.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죄다 이런 모습으로 변한다니 서둘러 익숙해져야 한다.
대시보드 위에 심어놓은 14.5인치 AVN은 한눈에 쉽게 들어온다. 조작하기에 거리가 멀지만 시프트 다이얼 뒤에 자리한 동그란 모양의 ‘통합 컨트롤러’로 조작할 수 있다. 원형 패드 위에 손 글씨를 써도 인식한다. 이도 저도 싫으면 ‘음성명령’을 내리면 된다.
V6 3.5ℓ 람다엔진은 처음으로 과급기 ‘터보’를 얹어 최고출력 380마력을 낸다.
시프트 다이얼을 D 레인지에 맞추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차는 우아하게 정지 상태를 벗어난다.
가속페달의 초기 응답력은 비슷한 배기량의 전륜구동 세단보다 반 박자 느리다.
앞뒤 50:50의 무게 배분을 적절히 뽑아낸 만큼, 급출발이나 급가속 때 앞쪽이 불끈 솟구치는 이른바 ‘스쿼드’ 현상도 없다.
초기 우아한 움직임은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 점진적으로 속도를 얹어보면 제법 날카롭게 변한다. 이때부터 엔진은 직분사 영역에 진입한다.
엔진이 크고 웅장한 준대형 세단은 솜털처럼 가볍게 도로 위의 빈틈을 찾아 이리저리 내달린다.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곳에 차를 '펑펑' 던져 넣을 수도 있다.
디자인만 따져보면 두터운 배기음을 한 움큼 쏟아낼 법도 하지만, 여전히 맑고 뜨거운 배기만 흩어 뿌린다.
새 모델에는 이 시대 현대ㆍ기아차가 개발해 내놓을 수 있는 최첨단 전장장비를 총망라했다.
레벨 2.5수준의 고속도로 주행보조장치는 물론, 달릴 때 마주하는 수많은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첨단 전자장비를 가득 채웠다.
4년째 2세대 G80을 타고 있는 기자의 눈에 새 모델은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상품성을 따졌을 때 모자람이 없다.
차 전체에 고급차의 굴레를 벗어난 우아함이 차고 넘치고, 나머지는 여백의 아름다움으로 채웠다. 가속페달을 밟고 운전대를 돌릴 때마다 어깨뼈까지 타고 올라오는 짜릿함 역시 또 하나의 반전이다.
가격은 3.5 터보를 기준으로 5900만 원 언저리에서 시작한다. 물론 몇 가지 옵션에 욕심을 내면 금방 7000만 원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시승을 마칠 무렵 '한 대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