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노원구였다. 노원구 아파트값은 지난 연말과 비교해 4.59% 상승했다. 이어 강북구(4.25%)와 성북구(3.80%), 동대문구(3.44%), 관악구(3.29%)가 차례로 아파트값 상승률 2~5위에 올랐다. 관악구를 빼면 모두 강북에 있는 자치구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는 아파트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송파구의 1분기 아파트값 상승률은 0.25%,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0.42%, 0.65%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값 상승률이 두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로 낮다. 강남3구 아파트값은 지난달부터는 아예 내림세로 전환됐다.
부동산 시장에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 인상, 공시가격 상향 등으로 고가 아파트 보유 부담이 늘어난 데다 시가 9억 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 아파트 수요가 줄었다고 분석한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제 경기 하강 우려까지 커지면서 집값을 시세보다 크게 낮춘 급매물도 늘고 있다.
반면 고가 아파트가 적어 규제에서 자유로운 강북권 아파트는 '가격 따라잡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도 나타났다. 2008년 노원구 아파트값은 9월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22.23% 상승했다. 도봉구(21.80%)와 중랑구(18.87%), 금천구(12.48%), 강북구(12.42%)도 두 자릿수 집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강남3구 아파트값은 일제히 하락(강남구 -2.16%ㆍ서초구 -1.16%ㆍ송파구 -4.26%)했다. '버블세븐'(노무현 정부 시절 집값이 급등한 강남3구와 양천구 목동, 분당ㆍ평촌신도시, 용인시 등 7개 지역)으로 묶이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 수익성이 떨어지자 당시 투자 수요는 강북 소형 아파트로 옮겨갔다. 하지만 그해 9월 미국 금융사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고 국제 경기가 얼어붙자 강남에서 시작한 집값 내림세가 강북까지 이어졌다.
임병철 부동산 114 수석연구원은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에도 상승세를 유지했던 서울 '노도강'(노원ㆍ도봉ㆍ강북구)을 비롯해 수도권 외곽지역 집값도 리먼 사태 이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하락세로 돌아선 바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 장기화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어 매수 심리 위축이 강남권은 물론 서울ㆍ경기 외곽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