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때는 수익이 5개월간 3000억~4000억 원 줄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매달 6000억 원씩 감소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8일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에 위치한 신갈 선영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라고 강조했다.
국적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혀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보유 여객기 145대 중 100여대가 멈춰서 있으며, 국제선 운항 횟수는 90%가량 감소했다. 그나마 여객기를 화물기로 활용하고 있지만, 고정비 정도 나오는 게 전부다.
그는 우리 정부의 신속한 지원책에 대한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우 사장은 "해외 각국 정부들이 국적사에 대한 지원을 적극 해주고 있는 것 처럼, 우리도 보다 빠르고 필요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대형항공사도 신용 지급 및 보증, 자금 지원 등이 시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미국은 항공업계 전반에 70조 원이 넘는 지원규모를 결정했으며, 독일, 일본 등은 국적사에 대한 무한대 금융지원을 결정한 상태다. 중국, 싱가포르도 각각 18조 원, 16조 규모의 금융지원을 단행할 방침이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3000억 원 규모의 지원만 결정한 우리 정부는 항공 산업에 1조~2조 원 수준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우 사장은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자체적으로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했다"면서 "전직원의 70% 이상 6개월간 순환 휴직에 들어가며, 이번 주 내로 한국인 조종사들의 순환 유급 휴직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들에게 통상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계획"이라며 “대한항공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보험기금이 만들어진 뒤 매년 350억 원씩 20년가량 납부해왔으며, 이 기금의 일부분을 지원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수익 사업 정리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의 경우 3곳이 프레젠테이션을 끝냈으며,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진그룹은 이날 가족을 비롯해 약 90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를 가졌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참석했으며, 조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 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활동에 부응하기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행사는 별도로 갖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