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에 바란다' 각계 경제전문가 제언
코로나19 명분 선심성 현금 지원…국내 경제 실정과 정책 동떨어져
신산업 육성·패러다임 전환…미래 먹거리 발굴 머리 맞대야
증권세 폐지·손실 이월 공제 등…자본시장 전반 세제 효율화 필요
4·15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 300명이 4년 간 이끌 제21대 국회에선 ‘기업 하기 좋은 환경’과 ‘규제 완화’가 경제 과제로 요구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는 우리 경제 전반적인 상황을 바꿔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정책과 다른 ‘핀셋’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거시경제, 금융, 산업 등에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기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투데이가 인터뷰한 12명의 전문가들은 잦은 정쟁과 낮은 법안 처리율로 ‘역대 최악의 국회’ 오명을 썼던 20대 국회를 뒤로 하고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입법 기관이 힘을 모아줄 것을 주문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1대 국회는 ‘L자형’ 장기침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상황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 재정, 통화, 산업 구조조정 등 어떻게 해나가야 될지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냐에 따라 경기 침체의 강도, 경기 회복 속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으로, 펜데민(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거나 내년에 ‘2차’ 발병이 일어날 경우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들을 철회하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코로나19를 핑계로 선심성 현금 뿌리기를 하는데 우리 경제 실정과 맞지 않는 정책이다. 재난과 상관 없는 이들에게도 재정을 풀고 있다”면서 이를 철회할 수 있는 정부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 교수는 재정을 푸는 미국식 해결책은 우리나라 상황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는 “기업이 버티는 임계점이 어디인지 중요하다”면서 “미국은 노동시장 규제가 적기 때문에 일이 없으면 구조조정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업 책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고용이 옮겨 갈 수 있는 자유 시장 원리에 따른 규제가 필요하단 제언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생리를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엔진이 있어야 동력을 만들고 변속기를 통해 바퀴에 전달되는 것처럼 엔진에 해당되는 생산주체인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기업의 부가가치가 올라야 플랫폼이 돼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임금 주고 세금 내는데 엔진이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활동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산업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왔던 주력 산업의 성숙기로 성장 투자가 정체 된것은 신산업 부재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1대 국회는 신성장 산업 육성과 기존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건설·부동산 업계에서는 강경규제 일변도의 정부 정책을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에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정책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은 건설과 맞물려 거시 경제적으로 승수효과가 가장 큰 분야”라며 “코로나19사태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충권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구체적으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했으며, “2차 추경에서 건설 투자 예산을 늘리고 지역업체들이 다수 참여할 수 있는 사업도 포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증권거래세 개편과 함께 세제지원에 대한 요구가 크다.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및 활성화를 위해 증권거래세 개편 등 당면과제를 조속히 마무리 하고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세제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증권 투자 여건 개선을 위한 법률 정비도 요구됐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우리나라 주가가 만성적으로 낮은 이유를 찾아서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했고,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포괄적인 손익통상, 손실의 이월공제, 펀드세제 개편 등 자본시장 전반에 걸친 세제 효율화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피해를 국회가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80%에 달하는 기업이 경기 악화를 체감하고 있고, 42%의 기업은 3개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밝혔다”며 “제21대 국회는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경제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 직접지원, 세제 감면, 금융지원 확대 등을 위한 추경안 편성 등 특단의 대책들이 논의되고 즉각적으로 실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1월 제정된 소상공인기본법의 후속 입법 시행, 온라인 상권 공정화 등도 21대 국회의 과제로 언급했다.
※전문가 명단(이하 12명, 가나다순)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충권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
△이창목 NH투자증권센터장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의원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