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애그플레이션 재현?…美 수출제한ㆍ中 사재기 시 韓 장바구니물가도 '빨간불'

입력 2020-04-20 05:00수정 2020-04-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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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자 이동이 어려워져 (식량) 공급 쇼크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현상으로 예측 불가능하며 현재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압돌리자 아바시안 유엔식량농업기구 수석 이코노미스트)

#. “그간 식량 공급에서 트럭, 철도, 선적, 노동 인력 등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현재 식량 공급망을 단절할 요소는 즐비하고 기존에 예측했던 것보다 공급망이 취약해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제이슨 러스크 미국 퍼듀대학 농업경제학 교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각국의 ‘곡물 쇄국정책’이 현실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먹거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출 제한이 장기화할 경우 대부분의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기업들의 수급 불균형과 구매비용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애그플레이션 재현되나=식품기업들은 “2~3개월 가량은 재고 물량이 비축돼 있어 큰 문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일부에서는 2012년 글로벌 식량대란이 코로나19로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막시모 토레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영국 가디언지에 “최악의 상황은 각국 정부가 식량의 흐름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무역장벽이 아니라 전 세계 음식의 흐름을 보호할 때”라며 수출제한을 우려했다. 그는 수출 제한이 자국의 식량 재고 확보에는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심각한 무역장벽에 따른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세계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010년 산불과 가뭄을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면서 2011~2012년 세계 곡물 가격이 폭등했다. 2011년 1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244.8까지 전년대비 43.8% 상승했다. 옥수수 수입가격은 톤당 251달러로 전년대비 12.1%, 원당 가격 22.2% 오른 425달러, 밀은 35% 오른 375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국내 먹거리 가격도 요동쳤다. 당시 맥도날드, 롯데리아 등이 원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줄줄이 햄버거 가격을 인상했고. 2012년 CJ제일제당은 대표제품인 햇반은 출시 10년만에 가격을 인상했다. 라면과 참치캔, 맥주, 두유 등 대부분의 가공식품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식량 수출 규제로 2012년 국내에서 발생한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 영향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농산물 봉쇄ㆍ중국 사재기할 경우 위기 현실화=국내 식품업계에서는 곡물 선물 가격이 상승세지만 당장 수급 문제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물가인상 우려를 일축한다. 그러나 미국 등 주요 식량 수출국이 봉쇄되거나 중국이 사재기에 나설 경우 국내 물가 상승이 현실화할 수 있다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원맥의 경우 대부분 값싼 수입산을 쓰고 있지만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급) 문제가 없다”며 “원맥이나 원당 등 주요 원재료는 수입처를 지속적으로 다변화해왔기 때문에 일부 국가의 수출 제한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맥 가격이 전달 대비 올랐지만 올초 대비 오히려 하락했고 수확기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물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공급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구매력이 큰 중국이 미국 농산물을 대량 구입하거나 미국이 물류 봉쇄 등 돌발 조치를 취한다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식품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원료 가격 상승은 국내 제당, 제분업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원재료 가격은 제당, 제분기업 등 공급업체와 이를 구매하는 식품기업간 공급단가를 연초에 협의해 결정한다. 중간에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연초 계약 금액 이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것이 관행인 만큼 제당·제분 업계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하는 상황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곡물 수출 제한 조치가 당장 식량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생산체계에 교란이 생길 수 있고, 국내의 경우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체보다 원료를 다루는 제분업체 등의 영향력이 시장에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벌써부터 가공식품 일부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밀, 대두 등을 원료로한 제품 가격이 전년 대비 인상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면서 조만간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도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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