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과 통합당은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자 비례위성정당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야기를 먼저 공식화한 것은 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다. ‘여당 견제’라는 명분을 앞세웠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지난 17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별도 교섭단체 구상을 묻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19명을 당선시킨 미래한국당은 통합당에서 공천받지 못한 무소속 당선자 중 1명만 합류해도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다.
민주당은 미래한국당의 움직임을 보고 판단하되, 만약의 경우 더불어시민당을 앞세워 ‘맞불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미래한국당이 제3 교섭단체로 (통합당과) 서로 분신술을 쓰는 건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며 “민의를 거스르는 움직임이 있으면 그냥 방치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총선 직후 민주당과 합당한 뒤 해산하겠다던 더불어시민당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17석을 얻은 더불어시민당이 교섭단체가 되려면 총 열린민주당(3석)과 통합하거나 민주당에서 의원을 빌려와야 한다.
여야가 ‘위성 교섭단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교섭단체가 가진 강력한 권한 때문이다. 교섭단체는 국회의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소속 의원 스무 명을 넘겨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의사일정을 정하는 여야 협상에 참여할 수 있고, 상임위원회별로 간사를 파견해 원하는 법안을 주도할 수 있다. 국무위원 출석 요구, 긴급현안 질문, 본회의 발언 기회 등을 합의할 수도 있다.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자리도 교섭단체 소속 의원의 몫이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격돌이 예상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문제도 교섭단체 구성과 직결된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후보추천위원회 7인 중 6인 이상이 찬성한 후보자를 공수처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후보추천위원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3인과 여당이 추천한 2인, 그 외 교섭단체가 추천한 2인으로 구성된다. 시민당이 교섭단체를 만들면 야당 몫 2명 중 1명을 확보해 여권이 입맛에 맞는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정당보조금도 무시할 수 없다. 선관위는 선거권자 총수(4399만4247명)에 올해 계상단가(1047원)을 곱해 산정한 462억 원 가량의 경상보조금을 지급되는데, 우선 총액의 50%(231억 원)가 교섭단체에 균등하게 배분된다. 민주당과 통합당 3곳의 교섭단체만 있는 경우 각각 116억 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더불어시민당 또는 미래한국당 한 곳이 교섭단체를 만들게 될 경우 2개의 교섭단체를 가진 쪽은 약 40억 늘어난 154억 원 가량의 경상보조금을 수령하게 된다.
다만, 아직은 어느 쪽도 먼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한 쪽이 먼저 교섭단체를 만들면 다른 쪽에서도 곧바로 맞대응에 나설 수 있는 데다 명분 싸움에서도 밀리게 되서다. 그렇다고 먼저 모(母)정당과 위성정당을 합당하게 되면 상대당의 ‘위성 교섭단체’ 전략에 대응할 수 없게 돼 커다란 위험부담을 안게 된다. 최악은 양쪽 모두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경우다. 별다른 실익은 거두지 못하는 반면 자칫 정치권 전체가 커다란 비난여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거대양당이 위성 교섭단체 카드를 두고 대치하는 것만으로도 곳곳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중이다. 결국 민주당과 통합당이 ‘위성 교섭단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합의를 이루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며 “통합당의 지도부가 공백 상태이니, 총선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여야가 한 자리에 모여 ‘꼼수를 쓰지 말자’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