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국제분업' 붕괴…"공급망 다변화ㆍ유턴기업 지원 시급"

입력 2020-04-2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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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전문가 조언…"컨트리리스크 대비 국내 생산 강화"

'글로벌 밸류체인' 끊기자 한국 직격탄…"외부 충격 버틸 산업 생태계 조성을"

(그래픽=한수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이달 들어 수출이 약 20% 급감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붕괴는 전형적인 무역 의존 국가인 한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이제 ‘포스트 코로나’를 생각해야 할 때라며 글로벌 분업체계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코로나19와 같은 외부 돌발 변수에 맞설 수 있는 맷집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향후 GVC를 구축할 때 저임금 생산기지 이점보다는 특정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일컫는 ‘컨트리 리스크’(국가위험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0.7%로 선방했던 한국 수출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18.6% 급감했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GVC 붕괴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GVC는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말한다. 제품의 설계, 원재료·부품 조달, 생산, 유통·판매 등 각 과정이 다수 국가와 지역에 걸쳐 형성된 분업체제다. 여러 나라가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국제적 분업과 협력을 통해 생산 비용을 줄이고 신속한 혁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그만큼 외부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멈추는 바람에 한국 수출이 휘청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글로벌 교역 감소는 심각한 수준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전년 대비 13%에서 최악의 경우 32%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대외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직접적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따라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0.51~1.02%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한국은 주요국의 중간재와 자본재의 수요 감소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국내 산업 생태계의 강화와 ‘컨트리 리스크’를 고려한 새로운 GVC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세계 여러 나라의 네트워크망이 분절됐다”며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외부 충격에 버틸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새로운 GVC 구축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이 GVC를 다시 연결하는 작업을 시작할 텐데 저임금 요소보다는 ‘컨트리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라며 “이때 제도가 투명하지 못하고 독재적인 나라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 체제가 유사한 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이에 대비해 우리 정부도 규제 개혁과 국가 제도와 시스템의 투명화 등을 통해 컨트리 리스크를 낮추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기업을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을 말하는 ‘리쇼어링(reshoring·유턴기업)’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 역시 기업의 서플라이 체인을 국내로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로 리쇼어링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대만 등 제조 중심 국가도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리쇼어링 대기업은 비용의 절반, 중소기업은 3분의 2를 보조하는 대책을 내놨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턴기업지원법이 있지만 내용이 부실하다"며 "유턴법을 개선해 말뿐인 지원보다는 미국·일본과 같은 파격적인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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