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 상표 독점 못한다…특허심판원 “무리한 권리 행사”

입력 2020-04-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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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청년농부’ 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인 만큼 식별력이 없어 상표 등록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특허심판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결정이 지난달 확정되면서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논란이 됐던 ‘청년농부’ 상표권 문제는 종지부를 찍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 3부(심판장 손영식 심판관)는 영농조합법인 연두의 이두현 대표와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가 청년농부협동조합(이하 청년조합)을 상대로 낸 상표 무효심판에서 “'청년농부' 상표 3건의 등록을 모두 무효로 한다”고 심결했다.

이 대표 등은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자신들의 제품에 ‘청년농부’ 용어를 달아 판매하던 중 경고문을 받았다. 청년조합이 상표권 침해를 이유로 판매금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이 대표 등은 특허심판원에 조합의 상표 3건을 모두 무효로 해달라며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청년농부'는 ‘청년’과 ‘농부’라는 단어의 결합으로 일반 수요자들이 ‘나이가 젊은 농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쉽게 직감할 것”이라며 “최근 귀농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청년농부'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돼 특정인의 독점은 공익상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심판부는 “'청년농부' 상표 등록 결정일 이전부터 농산물 및 그와 관련된 상품과 서비스 분야에서 다수인에 의해 사용되고 있었다”며 “더불어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들이 지원 사업 명칭이나 설명에 활용하고 민간 업체에서도 사용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젊은 농부들의 확대된 사업 범위로 온라인 쇼핑몰, 공동체 방식의 운영을 통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농부'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며 “이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는 것은 공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고, 식별력이 인정되지 않는 상표에 해당해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YOUNG FARMERS’ 상표에 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도 예로 들었다. 당시 심판부는 “해당 영문 표현은 ‘젊은 농부’, ‘청년 농부’의 의미를 지녀 일반 수요자에게 상품의 출처 표시 기능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공익상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시키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요부(가장 중요한 부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등록된 상표의 권리자라고 하더라도 하자가 있는 상표권으로 무리하게 권리 행사를 시도하면 상표 무효심판 등에 의해 역공을 당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심결이다”고 밝혔다.

청년조합은 2018년 8월 특허청에 ‘청년농부’ 상표 등록을 마쳤다.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는 지정 상품은 ‘쌀’, ‘가공한 곡물’, ‘과일과 채소’, ‘요식업’을 비롯한 농산물과 가공식품 등이다.

이후 청년조합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청년농부'는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등록을 인정받은 고유한 상표”라며 “무분별한 상표권 침해는 손해배상 소송이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는 만큼 상표 사용을 자제 바란다”고 고지했다.

청년조합이 상표권을 주장하자 지난해 5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단어를 결합한 서비스를 개인에게 독점시킬 경우 공공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문제는) 전국 청년 농부들 모두에게 제재를 가하려는 청년조합의 행보”라는 비판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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