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 전 조사' 진행…법원, 회생 인용 희박할 듯
7000억 원대 투자 사기로 대표가 구속된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가 파산 결정을 앞두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VIK는 이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 사건은 법인회생2부(재판장 서경환 수석부장판사)에 배당돼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개시 전 조사'를 앞두고 있다.
‘개시 전 조사’는 회생절차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특수한 경우에 실행된다. 회생 결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때 회계법인을 선임해 회사의 재무상태 등을 조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통상 재판부는 회계법인이 작성한 보고서를 검토한 뒤 한 달 내로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법원의 ‘포괄적 금지 명령’으로 회생절차 개시 여부에 관한 결정이 있을 때까지 VIK 자산에 대한 채권자(투자자)의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또는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 절차가 금지됐다.
VIK는 회생절차 신청 후 홈페이지에 게시한 입장문을 통해 “파산은 현재가치를 기준으로 자산의 처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장래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매각될 수도 있다”며 “당사는 지속 가능한 기업이 아닌 청산을 전제로 한시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형 회생을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유한 자산은 주로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투자해 확보한 주식과 채권”이라며 “이 때문에 각 피투자기업의 사업성뿐만 아니라 평가의 시기, 매각 시점, 평가 당시의 거시적 환경 등 많은 요소에 의해 가치가 달라질 수 있어 변동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IK는 “투자 자산을 피투자기업의 성장에 맞춰 매각하는 것을 상정해 평가하는 계속기업가치는 청산가치와 비교하면 약 3배를 넘는 것으로 산출됐다”며 ”이번 가치를 산정하는 데 기준이 된 기업은 7개로 추후 모든 기업의 가치를 계산하면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회생은 해당 기업의 회생가치(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되면 재판부가 회생 인가 결정을 내리고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VIK는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커 회생을 통해 자산을 정리하고 피해 금액을 갚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VIK의 회생절차 개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42조에 따르면 회생절차를 통한 갱생의 목적이 아닌 때에는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도산법 전문 법조계 관계자는 "VIK는 미인가 투자 업체로 범죄에 연루돼 있어 회생 인용 확률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측하건대 VIK가 형사 처벌을 대비하거나 민사소송에서 과실상계를 염두에 두고 ‘면피용’으로 회생을 신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생 신청으로 채권자에 대한 변제가 늦춰지게 되면서, 예를 들어 1억 원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가 5000만 원만 받고 합의하도록 지연시키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VIK의 회생 신청이 기각되면 파산 사건을 맡은 법인파산15부(재판장 전대규 부장판사)가 곧바로 파산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파산 절차가 시작되면 앞서 IDS홀딩스 사례와 같이 ‘은닉재산 신고 보상제’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범죄로 숨긴 재산을 찾는 데 기여한 사람에게 발견한 재산의 일정 부분(약 5~20%)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편 이철 VIK 대표는 2011년부터 4년간 금융당국의 인가 없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약 3만 명에게서 7000억 원대 불법 투자금을 끌어모은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2년을 확정받았다.
이 대표는 재판 중 다른 거액의 불법 투자를 유치한 혐의로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