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속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4배…신흥국 부채 부담 늘어나 세계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씨
코로나19 확산이 중국에서 본격화한 1월 20일을 기점으로 4월 29일까지 100일간 신흥국에서 유출된 역외 자금이 1000억7000만 달러(약 122조 원)에 달했다고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국제금융협회(IIF)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100일간의 유출 속도를 과거와 비교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약 236억 달러)의 4.2배, 2015년 중국증시 버블 붕괴(약 95억 달러)의 11배에 달해 이번 코로나19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코로나19 감염 확대로 신흥국에서 가속화하는 재정 악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갈수록 고조된 것이 이번 유출의 주원인이라고 닛케이는 풀이했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민간수요 침체에 대응하고자 각국이 경제대책과 의료서비스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부으면서 재정지출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내총생산(GDP)의 18%에 달하는 경제대책을 펼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했던 재정 규율 관련 규정 시행을 현재 일시적으로 보류한 상태다.
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신흥국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8.9%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반년 전 예상한 것보다 1.8배 팽창한 것이다. 브라질 등 산유국은 유가 폭락 충격도 같이 받고 있다.
또 이런 자금 유출은 현지 통화 가치의 급속한 하락으로 이어져 그만큼 신흥국들의 달러 표시 부채 상환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된다.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자금 공급으로 가까스로 안정을 찾았지만 신흥국이 새로운 불씨가 될 수 있다.
신흥국 통화 중에서도 브라질 헤알의 가치 하락이 눈에 띈다. 헤알은 올 들어 지금까지 약 27%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 가치도 25% 이상 떨어졌으며 터키 리라 하락폭도 15%에 달했다. 두 통화 모두 달러에 대해 사상 최저 수준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월 이후 20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중기적으로 하향 조정 우려가 있는 국가들도 15개국에 이른다. 이에 올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국가가 유럽 재정위기로 신용 불안이 확산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신흥국 부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쌓이면서 세계 경제의 미래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IIF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정부·민간 부문 부채는 71조 달러로 사상 최대이며 전 세계 GDP의 2.2배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