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닌텐도는 7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3월 끝난 2019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9% 증가한 1조3085억 엔(약 14조9850억 원), 영업이익은 41% 증가한 3523억 엔, 순이익은 33% 늘어난 2586억 엔이었다.
‘포켓몬스터 소드 실드’와 ‘모여라 동물의 숲’ 등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전용 게임기 ‘스위치’ 판매를 견인한 덕분이다. 이에 배당금도 820엔으로 기존 예상(620엔)보다 훨씬 높게 잡았다.
닌텐도의 효자 상품이 된 게 ‘동물의 숲’이다. 현재 이 게임의 인기는 2016년 출시돼 전 세계에 증강현실(AR) 게임 돌풍을 일으킨 ‘포켓몬고’를 방불케 한다. 포켓몬고가 외부에서 이동하며 즐기는 게임이라면, 동물의 숲은 실내에서 하는 비디오 게임이다. 주인공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숲 속 마을로 이사해 살면서 산책 하고, 집을 꾸미고, 곤충을 채집하거나 낚시를 하며 동물 이웃들과 교류하는 일종의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닌텐도는 2001년 동물의 숲 발매 초기에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아 출하량도 소량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인터넷과 TV 광고에 힘입어 10~20대 여성 중심의 유저층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 부족 현상까지 빚어졌다. 이에 닌텐도는 그해 12월 기능을 한층 업데이트한 ‘동물의 숲 플러스’를 부랴부랴 출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박을 쳤다. 이후 미국, 유럽에는 ‘Animal Crossing’, 한국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엔딩’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자유도가 높다는 것. 이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과 맞물리며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게임 마니아뿐 아니라 재택근무나 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한 유저들까지 끌어들였다. 덕분에 이 게임은 3월 하순에 신작이 나온 후 불과 6주 만에 1341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가정용 게임기 ‘스위치’용 소프트웨어로는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이다. 스위치 본체 판매 대수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27만 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일부 지역에서 생산과 출하 지연이 발생했지만, 실적에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유저들이 소프트웨어를 물리적 패키지는 물론 다운로드까지 하면서 닌텐도의 소프트웨어 매출 중 1분기는 디지털 판매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실적을 떠받쳤다.
닌텐도는 원래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 많은 개발자들이 재택근무가 불가피해져 신작 게임 타이틀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대에 못 미친 실적 전망에 7일 닌텐도의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다만 WSJ는 스위치를 새로 산 사람들이 이동제한 완화 후에도 게임 타이틀을 계속 구입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는 아주 비관적이진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게임 소프트웨어 대기업 일렉트로닉아츠(EA)는 최근 스위치용 게임 출시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