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국제 외환시장에서 터키 통화인 리라는 달러당 한때 전일 대비 0.9% 하락한 7.2리라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터키 쇼크’ 때 기록한 최저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리라 매도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중앙은행이 리라를 사들이느라 외환보유고는 현재 520억 달러로 1개월 새 30%나 줄었지만, 리라 가치는 연초 대비 18%나 떨어졌다. 당장 한 달 안에 단기 외채 1700억 달러를 상환해야 하는데, 어림도 없다.
터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월 11일 첫 환자가 나온 이후 1개월 반도 채 안돼 9만5000명까지 늘었고, 8일 오후 1시(한국 시간) 시점에는 13만3721명을 기록, 중동에서 이란을 제치고 ‘최다 감염국’ 오명을 쓰게 됐다. 사망자 수도 3641명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터키에서 자금 유출이 가속화함에 따라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IMF를 “세계 최대의 사채업자”라고 비아냥거리며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에 터키 정부와 금융당국은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로 위기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무라트 우이살 터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요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6일에는 베라트 알바이라크 재무장관이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주요 20개국(G20) 주요 중앙은행들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올해 터키 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 했다.
그러나 외국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S400’을 도입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꼬일 대로 꼬였고, 유럽과는 인권 문제와 난민대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어서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의 토마스 바킨 총재는 6일 터키 등과의 통화 스와프 협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상호 신뢰관계가 있는 나라와는 이미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언, 터키와의 체결 가능성을 일축했다.
결국 터키는 인위적인 자본 유출 차단으로 환율을 방어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터키 금융감독당국은 7일 자국 은행들에게 씨티그룹과 UBS그룹, BNP파리바 등 해외 은행들과 리라 거래를 금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당국은 보도자료에서 “이들 3개 은행이 터키 은행들과의 리라 거래에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며 “터키 은행권의 질서 있는 기능을 보장하고, 위험한 관행에서 보호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강조했다.
터키 아나톨루통신은 런던에 본사를 둔 여러 금융기관이 리라에 대한 ‘조작적 포지션’을 취했다며 법적 조치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 금융기관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이번 거래 금지조치는 공매도 억제와 터키 국내 시장에 관한 언론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