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먹방·인스타 마케팅...‘모바일 소통’에 빠진 회장님

입력 2020-05-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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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준 오뚜기 회장, 유튜브서 자사제품 솔직 먹방…정용진 부회장·조운호 사장 등 SNS ‘新마케팅’ 창구로

‘회장님’이 스마트폰으로 들어왔다. 묵직한 책상 위에 가득 쌓인 서류 파일 속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직원들을 꾸짖거나, 소통보다 명령에 익숙한 ‘회장’의 이미지가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의 주역으로 부상하면서 기업들 역시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SNS 마케팅과 유튜브 채널 개설이 한창이다. 초기 SNS·유튜브 마케팅이 기업을 알리기 위해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 유통업계는 기업의 수장이 직접 등장하며 신뢰도를 높이는 행보가 늘고 있다.

더본코리아의 백종원 대표가 대표적이다. 그는 각종 방송활동뿐 아니라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음식 관련한 정보를 전달한다. 채널에선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직접 홍보하지 않지만, 그의 활발한 활동으로 쌓인 신뢰도와 호감도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한식 전문점 브랜드 50개에서 더본코리아 브랜드 2개가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백 대표처럼 직접 소비자와 소통에 나선 유통업계 수장이 늘고 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 장녀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 채널 캡처.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하는 장녀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에 어버이날 특집으로 출연해 자사 제품을 알렸다.

함 회장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햄연지 아빠 함영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함 회장은 이날 연지 씨가 어버이날을 맞아 오뚜기 제품을 활용해 만든 ‘크림스프 리조또’와 ‘철판돼지 짬짜면’을 맛보며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먼저 ‘크림스프 리조또’를 맛본 함 회장은 “리소토는 굉장히 진한 음식인데, 치즈를 많이 넣은 본래의 레시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기 힘들다”며 “오뚜기 크림스프로 하면 편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진짜라’를 활용한 ‘철판돼지 짬짜면’을 시식한 후 “진짜 맛있다”며 “파김치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오뚜기 회장님’의 꾸밈 없는 감상평은 긍정적인 소비자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한 누리꾼은 “기업가 정신은 절대 먼 곳에 있지 않다”며 “사랑이 넘치고 반듯한 아빠로 부끄러움 없는 사람만이 반듯한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덕분에 챌린지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개인 SNS를 활용한 ‘소통 경영’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유하고 때로는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적극 드러내기도 한다.

그는 지난해 2월 이마트가 론칭한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의 영상과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에 올려 홍보했고, 지난해 8월에는 SSG닷컴의 새 광고 두 건을 공개 예정일보다 하루 먼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쓱세권’이라는 태그를 붙여 올린 영상은 공개 3시간 만에 조회수 2만5000건을 넘어서며 관심을 모았다.

최근 정 부회장은 백종원 대표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강원도 못난이 감자와 못난이 왕고구마의 판로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자 이마트와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판매에 나섰다. 정 부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감자와 고구마를 요리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직접 올려 판매 촉진에도 힘썼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유행하기 시작한 덕분에챌린지, 플라워버킷챌린지 참여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는 등 정 부회장의 친근한 행보는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를 이끌고 있는 조운호 사장도 소비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이다. 조 사장은 수년 전부터 싸이월드, 카카오스토리,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창구로 꾸준히 활용해 왔다. 지난해에는 자사 제품 ‘블랙보리’ 출시 2주년을 기념해 아이돌그룹 팬들에게 음료 지원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최근 ‘블랙보리’ 1억 병 판매 돌파 기념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에게 직접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블랙보리 1억 병 돌파 반짝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트친’ 여러분 감사드립니다”라며 “열 분에게 블랙보리 1박스 드리는 약속을 또 못 지키고 열다섯 분께 보내기로 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조 사장은 “(이벤트) 수상자 명단 확인하시고 수령자 정보 개인 디엠(direct mail) 주세요”라고 덧붙이며 언제든 고객과 소통할 준비가 돼 있음을 강조했다.

이 같은 수장들의 소통 행렬은 밀레니얼의 소비 영향력 확대에 따라 점차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이미지, 인지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유통업계에서 소통하는 CEO들의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이라며 “브랜드 얼굴인 CEO의 친숙한 이미지는 소비가 얼어붙은 최근 불황을 극복할 열쇠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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