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다임러·BMW 등 독일 3개사, 중국 고급차 시장의 90% 이상 점유율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2월 급제동이 걸렸지만 현재 고급차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독일 럭셔리 자동차업체들이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번스타인리서치는 신규 자동차 보험 계약 건수를 바탕으로 중국의 고급차 판매 대수가 4월에 전년 동월 대비 13.6%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덕분에 연초 코로나19 충격을 강하게 받았음에도 올해 1~4월 중국의 고급차 판매는 전년보다 14.2% 줄어들며 비교적 선방했다. 번스타인이 조사한 현지 딜러들의 피드백에 따르면 5월 수요도 견조하다.
포르셰와 아우디를 거느린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를 보유한 다임러, BMW 등 독일 3개사는 중국 고급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시장과 비교해 더욱 압도적이다.
독일 프라이빗뱅크 메츨러의 위르겐 피퍼 애널리스트는 “독일 3개사의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약 85%인 반면 중국은 90% 이상”이라고 추정했다.
생필품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이런 럭셔리 제품이 소비 회복을 이끈다는 것은 직관에 반한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시장 전체를 살펴보면 2018년 이후 계속 신차 판매가 감소하는 가운데 고급차는 오히려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WSJ는 자동차 구입 대금 조달 수단이 이런 추세와 연관됐다고 추정했다. 중국의 일반 자동차 판매는 중국 정부가 억제하려는 그림자금융이나 보조금 등에 많이 의존하지만 현지 부자들은 이런 수단에 의존하지도 않고 원하는 럭셔리 차를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부유층은 노동자 계층보다 코로나19 경제적 위기 영향을 덜 받았다.
심지어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도 부자들이 럭셔리 자동차를 사야 할 새로운 이유가 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중국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만 코로나19로 현재 많은 사람이 사용을 꺼리고 있다. 지난주 지하철 이용객 수는 전년보다 약 40% 급감했다.
WSJ는 중국의 고급차 시장 성장이 둔화할 우려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율은 여전히 서구권 국가들보다 낮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 신차 판매에서 고급차 비중은 2016년의 9.6%에서 지난해 15.3%로 높아졌지만 경제수준이 높은 중국 연안 대도시에서 그 비율이 25~29%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성장 여지가 크다.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홍콩은 무려 52%에 달한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