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의 갈등이 ‘자본 전쟁’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불안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이후,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를 내다본 G2의 패권 전쟁이 기술에서 자본으로 옮겨가면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가치가 모두 평가절하되고 있는 것. 시장은 미·중 갈등의 향배에 다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법안은 중국을 정확히 지명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알리바바그룹이나 바이두, 텐센트 등은 미국에 상장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앞서 미국 나스닥거래소는 신규 상장 규정을 엄격하게 고쳐 사실상 중국계 기업의 배제를 분명히 했다.
◇이런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국으로의 돈 흐름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첨단 기술 육성 계획에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국계 기업에 거액을 투자한 이들에게는 날벼락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경우, 산하 비전펀드를 통해 세계 최대 유니콘이라 불리는 미니 동영상 앱 ‘틱톡(TikTok)’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에 투자했는데, 바이트댄스의 미국 상장 길이 막히면 소프트뱅크의 자금 회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바이두는 22일 나스닥에서 상장을 폐지하고 중국과 가까운 시장에 재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상원에서 외국기업책임법이 통과된 지 하루만이다.
◇중국도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4월 27일 자신이 직접 이끄는 ‘중앙전면심화개혁위원회’를 소집,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의료 체제 정비와 자연환경 보호 등 다양한 과제 등을 지적했다. 가장 주목을 끈 건 자본시장의 기능 강화와 혁신을 더 강력하게 추진키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선전증권거래소의 ‘창업판’과 상하이증권거래소의 ‘과창판’이라는 벤처기업 위주 시장의 상장제도 개혁과 투명성 제고를 추진하고, 이른바 ‘GAFA(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를 뛰어넘을 방안을 지시했다.
◇미·중에서는 현재 자본력과 기업의 수익성에 큰 차이가 있다. 3월 말 시점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시가총액은 총 36조7000억 달러였던 반면, 상하이와 선전 두 거래소의 시가총액 합계는 7조9000억 달러로 그 차이는 28조8000억 달러에 달한다. 2008년 8월만 해도 그 차이는 14조600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이후 중국이 크게 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책으로 철도와 도로, 도시개발 등에 투자된 4조 위안의 자금 대부분이 부실채권이 된 영향”이라며 “중국 공산당에는 그게 트라우마”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미·중 간 자본력 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인 대만 TSMC가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의 신규 수주를 중단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대만의 참여를 둘러싼 미·중 갈등으로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둔 군사적 긴장 등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미·중 대립 구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