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신구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교수
식물 사회를 포함한 자연 생태계에도 침입자가 많습니다. 전문용어로 이들을 ‘침입외래종’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를 관리하는 정부부처인 산림청과 환경부에서도 이들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산림청에서는 직접적으로 ‘침입외래종’이라고 지칭하며 외부에서 들어와 다른 생물의 서식지를 점유하고 있는 종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침입외래종은 다시 임시정착식물과 귀화식물로 나누고 총 320종의 목록이 작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에 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산림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경부에서는 포괄적 개념을 적용하여 ‘유입주의 생물’ 200종을 지정하고 이를 다시 ‘생태계 교란 생물’ 및 ‘생태계 위해 우려생물’ 등으로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외래생물 중 ‘생태계 교란 생물’은 “외국에서 인위적·자연적으로 유입되었거나 유전자 변형을 통해 생산된 생물체 중에서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야생의 생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침입종이란 다른 지역에서 진화한 후 새로운 지역으로 우연히, 또는 의도적으로 옮겨온 생물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침입종은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거나 겨우 생존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생물은 기존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그 지역을 장악합니다. 북미 북동부 지역에서 나무좀은 물푸레나무를 전멸시키고 있고 일본매자나무는 숲을 덮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이를 접목할 때 튼튼한 뿌리를 이용하려고 도입한 ‘가시박’이 한강변을 초토화하고 점점 전국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토종 물고기를 싹쓸이하고 있는 ‘큰입배스’와 ‘황소개구리’ 등의 사례같이 너무나 잘 알려진 침입종이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파랑볼우럭 등 수많은 침입종들이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에 많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침입종의 번성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이해되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토착종은 그 지역의 환경에 알맞게 적응한 생물들인 반면 외래종은 다른 지역, 다른 환경에서 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외래종이 토착종을 몰아낼 수 있을까요. 200여 년 전인 다윈 시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지만, 어느 것 하나도 완벽하게 명쾌한 답은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분명하게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대체로 학자들이 동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경향은 바로 인간의 영향으로 파괴된 생태계에서 침입종은 토착종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침입종의 유입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상당 부분 인간이 매개하고 있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지금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라는 침입자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힘들다고 온통 소리 높여 외치고 뭔가 대응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생태계는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대응 방안을 찾지도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의 노력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바이러스 유입 차단 노력 이상의 노력이 있어야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파괴되고 있는 자연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녹음이 한창 짙어지는 이 계절, 우리는 침입자로부터 받는 고통을 해결하고자 왁자지껄하게 뭔가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연생태계도 조용한 가운데 침입자에 의해 파괴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