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테크놀로지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가운데, 화웨이가 한국 기업에 안정적인 반도체 납품을 요구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위 관계자를 불러 미국의 최근 압박 조치에도 흔들리지 말고 안정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대 고객 중 하나다. 이들이 두 회사로부터 구입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연간 81억 달러(약 10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화웨이의 요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금수 조치를 강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와 기술의 직접적인 결과물인 반도체를 화웨이가 취득하는 것을 겨냥한 수출 규정 개정에 나섰다.
그간 미국은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화웨이로 수출되는 것을 규제했는데, 개정된 규정은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외국 기업들 또한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화웨이도 미국의 특정 소프트웨어 및 기술 관련 반도체를 사거나 반도체 설계를 활용할 때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는 오는 9월부터 미국이 시행할 예정인 ‘대(對)화웨이 반도체 수출 규제’의 제재 대상은 아니지만 화웨이는 미국이 추후 제재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대비에 나섰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면 공급이 끊겨 사실상 영업 중단에 처하게 된다.
화웨이가 상황 악화에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 재고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