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박종현 와디즈 PD “원가나 마진 아닌, 제품의 장점과 스토리를 봅니다”

입력 2020-05-2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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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와디즈 PD
“원가가 얼마고, 마진은 어떻고가 아니라 제품의 장점을 먼저 보게 됐습니다.”

스스로 발굴한 스타트업 이야기를 어떻게 풀면 사람들이 관심 가질까 고민하며 한 달에 10여 개의 스토리를 만들다 보니 어느새 1년에 100개의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시켰다. 한 대형마트에서 완구 담당 MD로 3년간 일하다 지난해 6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로 자리를 옮긴 박종현(31) PD가 한 일이다.

2012년 설립된 와디즈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스타트업 상품을 선보이고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을 받으면 투자에 대한 보상으로 상품을 제공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MD와 PD, 상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일은 비슷하지만, 그는 PD가 되고서야 비로소 상품의 장점을 보게 됐다. 박 PD는 “대형마트에서 일할 때는 사람들이 이 제품의 어떤 점을 좋아할까, 소구점이 뭘까 고민하기보다 원가가 얼마이고, 마진이 어떻고에 관심을 뒀다. 제품의 단점을 찾아내 가격 협상을 어떻게 해야지 이런 생각만 했다. 하지만 와디즈에서는 제품의 장점을 먼저 찾는다. 사람들에게 이 제품의 장점을 어떻게 소개할까, 무슨 이야기로 담아낼까 고민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상품은 ‘청자’였다. 박PD는 “입사 후 첫 크라우딩 펀딩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다. ‘모던청자’라는 업체를 소개했는데,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예술품으로만 생각하던 청자가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쓰이도록 다양한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청자가 현대인 밥상에도 올라가고, 파티용품으로도 쓰이는 것이 새롭게 느껴져 발굴한 업체”라며 “대중적이지도 않고, 전통방식으로 힘들게 빚어야만 하는 청자를 왜 그토록 고집하는지 작가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했더니 50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진행했던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화책으로 복원한 프로젝트는 크라우드 펀딩의 본질을 가장 잘 살려낸 펀딩이라고 그는 자부한다. 출판사 ‘마나문고’는 1976년 만화영화로 출발한 로보트 태권브이를 만화책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3년간 유실된 데이터를 복원하는 작업을 거쳤고, 해상도가 떨어지는 과거 자료를 다시 디자인하기 위해 원작자까지 찾아냈다. 잊혀선 안 될 옛 만화를 출간하려는 의지와 그 과정을 담은 스토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총 9000만 원이 넘는 지원금이 모였다. 박 PD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태권브이 만화책이 현대판으로 재탄생했다는 것도 의미 있지만, 출판이 끝나고 수십 년 전 출간됐던 로보트 태권브이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흔쾌히 마나문고에 책을 기증해주고, 새롭게 출간된 책에 빠진 몇몇 장면을 기억해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다”라며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 덕에 마나문고는 ‘아기공룡 둘리’, ‘달려라 하니’ 등의 옛 만화도 책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PD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도 좋지만, 왜 그런 제품을 만들게 됐고, 그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풀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가진 스타트업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성공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고 싶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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