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과속성장한 이커머스, 관리 한계 드러내...온라인 배송 공포에 오프라인 매장 선호로 급반전 가능성도
코로나19로 최대 수혜를 입었던 이커머스 업계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줄이 등장하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이커머스 배송업체는 단기간에 과속 성장했지만, 늘어난 물량을 무리하게 소화하려다 방역수칙을 어기고 관리 한계를 드러냄에 따라 이커머스 배송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이 예상된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28일 이번 사태의 진원지가 된 경기 부천시 쿠팡 물류센터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리면서 사실상 영업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쿠팡은 인근 물류센터에서 배송을 소화해서 배송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사태가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배송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방역당국은 택배 상자에 바이러스 생존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했지만 택배 물품 받기를 불안해하는 소비자들이 많아 이번 사태가 자칫 온라인 배송에 대한 불신과 공포로 퍼지면서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에 업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 이어 28일 고양 물류센터까지 확진자가 나오면서 두 물류센터는 잇달아 폐쇄 조치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쿠팡 부천 물류센터에서 관련 확진자는 누적 69명으로 전날보다 33명 늘었는데 여기에 고양 물류센터 근무자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다. 쿠팡은 현재 부천 물류센터를 거쳐 갔던 근무자 3600여 명에 대해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인 만큼 추가 확진자 발생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28일부터 2주간 부천 물류센터에 집합금지명령을 내렸다.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지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80조7항)’에 따라 실제 영업은 가능하지만 감염병 예방을 위한 영업장 준수 사항을 지켜야 한다. 사실상 영업 중단을 명령한 것이지만, 부천 물류센터는 25일부터 폐쇄해 가동 중단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쿠팡 측 관계자는 “2주간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졌지만, 부천 물류센터는 25일부터 폐쇄했고,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가동할 계획이 없었다”며 “코로나 초기부터 해오던 방침인 매일 소독, 마스크와 장갑 착용 등을 준수하며 다른 물류센터를 계속 운영할 것이고, 상황 변화에 따라 직원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부천 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빠르게 배송하는 로켓프레시 상품을 배송하는 곳으로, 수도권 서부 지역을 담당한다. 고양 물류센터는 부천 물류센터와 달리 일반 상품을 다루고, 물품은 수도권은 물론 그 외 지역에까지 배송된다. 쿠팡은 두 물류센터가 일시에 폐쇄되면서 인천 등 인근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을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켓컬리는 전날 장지 상온1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일용직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해당 물류센터를 폐쇄했다. 컬리의 물류센터는 총 5개로, 상온1센터, 상온2센터, 냉장1센터, 냉장2센터, 냉동센터로 구분된다. 물류센터의 역할이 서로 다른 만큼 물류센터 폐쇄는 곧 배송 차질로 연결된다. 컬리는 전날 공지를 띄우고 “24일 11시 이후 주문한 상온제품은 미출고 처리될 예정이고, 상온1센터 내 재고 방역이 불가능한 상품(포장되지 않은 식품)은 전부 폐기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쿠팡과 마켓컬리 대신 다른 이커머스 배송 업체를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또 이들 업체를 대신할 업체의 리스트를 서로 공유한다. 실제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인 SSG닷컴의 27일 새벽배송 매출은 지난주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이커머스 배송 업계는 쿠팡과 마켓컬리를 대체할 다른 이커머스 배송업체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 이커머스 배송 시스템 자체에 대한 신뢰 하락 문제를 우려한다. 이커머스 배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과 마켓컬리가 온라인 배송 서비스의 중요한 부분을 책임졌던 업체인 만큼 이번 사태로 온라인 배송을 꺼려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겠다는 소비자가 늘어날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