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코로나19 타격ㆍ재난지원금 사용처 제외까지 '이중고'…편의점은 재난지원금 수요 몰려 '즐거운 비명'
“코로나19요? 재난지원금이 훨씬 더 무섭습니다.”(대형마트 관계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고전하던 오프라인 유통가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사용처로 지정된 편의점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반면 대형마트는 편의점과 식자재마트 등으로 고객을 빼앗기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GS리테일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지난달 13일부터 30일까지 GS25의 결제 수단별 사용 비중을 분석해본 결과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등 카드 결제 비중이 86.1%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p(포인트), 전월에 비해서는 9.1%p 치솟은 수치다.
이는 5월 중순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비하려는 이들이 편의점에 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2171만 가구 중 카드를 지급수단으로 선택한 가구는 1696만 가구로 이는 전체의 78.1%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재난지원금으로 평소 편의점에서 구입하지 않던 품목까지 사들이고 있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양곡류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89.7% 증가했고, 축산물과 과일·채소 매출은 각각 58.1%, 23.5% 늘었다.
반면 대형마트는 죽을 맛이다. 연초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다중집객이용시설 기피로 직격탄을 맞았지만 감염증이 장기화 추세에 들어선 4월 이후로는 저장 목적의 식재료와 생필품 등의 소비가 되레 늘면서 안정화되고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편의점의 매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 였던 데 비해 대형마트는 -1.0%로 선방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매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재난지원금이다. 소비자들은 12조 원에 달하는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식자재마트와 편의점 등에 몰렸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현장에서는 재난지원금 사용 이후 매출이 15~20%가량 다시 빠졌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실제 이마트의 지난달 13일부터 31일까지 소고기 매출은 전월에 비해 16% 줄었고, 과일과 채소도 각각 6%, 15% 감소했다.
다만 최근 쿠팡 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쿠팡의 파이를 일부 뺏어 왔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물류센터의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택배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식재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사려는 분위기가 확산돼서다. 이마트의 지난달 30~31일 전체 매출은 2주 전(5월 16~17일)보다 4% 올랐다. 롯데마트 역시 29~31일 전체 매출이 2주 전에 비해 5.6% 개선됐다.
하지만 장기적 추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온라인 선호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으로 넘어왔다고 해석할 순 없다”고 말했다. 온·오프라인 간 이동보다는 이커머스 내 소비자의 이동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실제 SSG닷컴의 29일 새벽배송 매출은 전날에 비해 40% 늘었고, 30일과 31일에도 5~10%의 신장세로 대형마트를 압도한다.
대형마트는 기회를 놓칠세라 프로모션에 돌입한다. 3일까지 호주청정우를 할인 판매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4일부터는 캐나다산 랍스터를 시세에 비해 30% 저렴하게 내놓는다. 이마트는 16일까지 가전과 패션, 다이어트 등 여름 상품을 최대 30% 할인한다. 이마트는 재난지원금을 소비하기 위해 점포 내 임대 매장을 이용한 고객에게 이마트 할인 쿠폰도 지급한다.
하지만 편의점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정육과 패션 등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전문 영역까지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편의점들은 신용카드와 지역 화폐 할인, 1+1 프로모션 등으로 고객 발길을 이끈다.
GS25는 NH농협카드와 삼성카드로 과일이나 쌀을 구매할 경우 20% 청구할인 해주고, 코나카드와 제로페이 모바일상품권 등으로 결제할 경우 18종의 상품을 1+1으로 증정한다. 이마트24도 6월 한 달간 역대 최대인 1640종을 대상으로 1+1과 2+1, 가격 할인 등에 나선다.
CU는 800여 품목을 1+1 프로모션에 돌입하고, 세븐일레븐은 6월 한 달간 5000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2000원짜리 모바일 상품권을 증정한다. 세븐일레븐이 준비한 모바일 상품권 수량은 총 100만 장으로 20억 원 규모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