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처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결정적으로 흔들리면서 향후 국제질서가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가 화두가 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로 분주하다. 인류가 과거에 경험했던 팬데믹과는 그 규모와 강도가 다른 만큼 인류 역사를 표기하는 연대기조차 기존의 BC(예수 이전)와 AD(예수 이후)의 구분이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버릴 변화의 모습으로 탈세계화(De-globalization)가 거론되고 있다. 20세기 말부터 정보통신기술 혁명의 결과 통신 및 거래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면서 급속도로 진전되어왔던 세계경제의 통합과 그에 따른 세계화의 흐름이 뒤집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탈세계화 흐름의 첫 번째 양상은 생산비용의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위하여 확산되던 글로벌 밸류체인이 급작스럽고 다양한 위험에 따른 피해 최소화를 위하여 로컬 밸류체인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탈세계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은 트럼프와 같은 극우 정치인들이 해외투자 기업들에 다양한 불이익을 보태면서, 결국 해외투자 기업들의 본국회귀(reshoring)를 강요하는 정책들이다.
탈세계화 추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즉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2017년부터 이미 시작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봉쇄가 확산하면서 더 가시화되었다. 그 결과 이제 경제적 효율성을 위한 해외투자 확대의 시대는 끝나고, 투자는 안전한 자국 내 혹은 절대로 변치 않을 혈맹국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혈맹이라는 개념도 트럼프가 한국과의 방위비 협상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과의 안보비용 분담협상에서 보여줬듯이 국제관계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결국 안전한 투자는 자국 내에서의 투자밖에 없다고 트럼프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탈세계화 시대라고 규정하는 것은 트럼프와 같은 선동주의 정치인들이 전 세계에 걸쳐 집권을 계속할 경우에나 유효한 논리임은, 최근까지 확산되어온 탈세계화 논의의 부상과정을 살펴보면 분명해진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즉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및 보호주의를 천명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때부터 탈세계화 흐름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두 사건 모두 빈부격차 확대와 사회안전망 위축을 초래한 신자유주의 기치 아래 이루어진 승자독식의 세계화에 대한 백인 노동자들의 분노의 표출이었지 지속가능한 합리적 선택이 아니었음은 양국에서 일어난 지속적인 사회적 혼란에서도 확인된다. 즉 탈세계화가 대안이 아니라 승자독식의 세계화를 포용적 세계화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탈세계화와 고립주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답이 될 수 없는 더욱 분명한 이유는,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뿐만 아니라 향후 더욱 심각한 재앙을 초래할 이상기후, 환경변화와 같은 미래의 위기는 긴밀한 국제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보건기구(WHO)와의 절연을 선언하고 국제 환경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의 선택은, 모래폭풍 바로 앞에서 모래 속에 머리를 파묻고 안도하고 있는 타조보다도 더 우매한 것이다.
미국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고 가는 트럼프의 선동주의적 탈세계화와 고립주의 주장에 부화뇌동해서는 안 된다. 기존의 지속 불가능한 승자독식의 세계화 대신 사회안전망을 더욱 공고히 하는 세계화와 긴밀한 다자주의 국제협력 노력만이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물론 앞으로 닥칠 더욱 큰 환경재앙에 대처하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