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서적 아냐…'왜'라는 질문 던지고 살기를 바라며 쓴 책"
'소설 예수'(나남)가 그리는 예수는 '가장 인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모두 5권으로 이뤄진 책은 현재 1·2권이 출간됐는데,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한 예수가 이스라엘을 지배한 로마제국과 예루살렘 성전의 음모에 맞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회 부조리에 분노하는 예수,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체제 수호 세력에 맞서는 예수는 '구원의 메시아'보다 '혁명가'에 가깝다.
최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 사옥에서 '소설 예수' 저자 윤석철 씨를 만났다.
그는 2005년 자신이 깨닫고 만난 '예수'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료 조사에만 10여 년이 걸렸다. 윤 씨는 세계를 무대로 방위산업 관련 사업을 하고 있어 1년에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야 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고고학부터 신학까지 각종 자료를 수집했다. 1세기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들여다보고 당시 예수가 살았던 사회와 조직을 연구하다 보니 2016년 5월에야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다. '소설 예수'를 내놓기까지 자그마치 15년이 걸린 것이다.
"예수에 관해 쓰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해진 예수 말고요. 당시 로마 제국의 식민지인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땅도 없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어떻게 깨달음을 얻고 세상을 바꾸고 사회 변혁 운동을 시작했는지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책의 표지는 예수의 얼굴을 형상화한 이미지다. 제목 역시 '소설 예수'이기 때문에 기독교인을 위한 책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책에는 예수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나는 메시아가 아니오!"라고 말하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구분 지어야 할지 물었다.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종교소설로 분류하려고 했어요. 출판사가 직접 일반 문학이라고 설명해야 했죠. 기독교인하고 부딪히려고 쓴 책이 아니에요. 기독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예수가 메시아인지 혁명가인지는 그다음 문제예요. 저는 예수가 어떻게 하나님의 뜻을 깨달았고 어떻게 사는 게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실현하는 거라고 믿었는지, 그 결과가 무엇인지에 더 관심이 있었죠. 예수를 어떠한 정형에도 규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윤 씨는 많은 이들이 2000년 동안 내려온 교리의 틀에 갇혀 진정한 예수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윤 씨는 책을 쓰기 위해 예수를 신학적, 사회학적, 고고학적으로 나눠서 접근했고 이미지를 만들었다.
"당시 유대인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메시아는 기독교인이 고백하는 그리스도가 아니에요. 다윗왕 같은 유대 고대 왕이자, 세상의 마지막 날 하나님이 세상을 심판할 때 적극적으로 세상을 심판하는 심판자요, 전쟁에서 이기는 장군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아는 이스라엘(유대) 역사에 나오는 여러 예언자처럼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예언자이자 제사장이에요. 유대는 당시 제국의 식민지였고 여러 세월 동안 지배를 받고 억압을 받았습니다. 소설 속에 예수가 광야 수행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데, '너 혼자 세상을 구하려고 하느냐'라는 말이 예수를 깨우치게 되죠. 메시아, 예언자, 왕, 제사장은 지도자로서 한 사람의 위대한 인물이잖아요. 제가 메시아가 아니라고 한 건 메시아가 만약 있다면, 그런 사람이 온다고 믿는다면 '여러분이 모두 메시아'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예요. 모든 사람, 생명을 가진 사람들이 메시아라는 의미죠."
윤 씨는 '작가의 말'에서 "등장인물들이 붙잡고 살아가던 문제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문제라서 글을 썼다"고 했다. 예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종교 소설로 보이지만 2000년 전 세상과 지금을 비교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우리가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 거기 살았더라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지 모른다는 게 윤 씨의 생각이다.
"2000년 전 이분이 이렇게 깨닫고,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했는데, 그분을 따른다는 사람들은 다 어디에 갔는지 생각하게 된 거죠. 사람들은 여전히 억압받고 살고 있고 고통 속에서 울고 있어요. 어디에 손 벌리고 하소연할 데도 없죠. 로마제국에 대한 기술을 따라서 읽으면 지금의 어떤 나라가 생각나요. 그때 성전이 하는 일은 지금 종교의 어떤 부분을 자연히 떠오르게 하고요. 우리의 상황들과 참 닮았잖아요."
올해 가을쯤엔 '소설 예수' 3권이 출간 예정이다. 2021년까지 5권이 나오면서 대하소설의 대장정이 끝난다. 예수가 부활한 이후의 모습은 담지 않을 계획이다.
"제 전공은 정치학이에요. 신학을 공부했다면 책을 다르게 썼겠죠. 제 관심은 예수가 한 말, 가르침과 행동이 신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느냐보다 어떤 상황에서 무슨 목적으로 '왜' 얘기했는가예요. 정해진 틀에 갇혀 사는 사람들에게 '왜' 라는 질문을 갖고 살라고 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습니다. 제가 구성한 스토리를 던졌으니 해석은 독자들의 몫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