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근 사장 등 경영진 모여 논의…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대우조선해양이 장기간 해양플랜트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회사 신한중공업을 수술대에 올렸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은 위기에 직면한 신한중공업 미래를 위해 매각, 구조조정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7명의 경영진이 모여 오랜기간 어려움을 겪어온 자회사 '신한중공업 대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향후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2018년 6월에도 정성립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해양모듈 생산 건으로 2020년 이후에나 매각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조선업 장기 침체로 경영 악화에 직면한 신한중공업 매각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신한중공업이 해양 물량 감소 등으로 상당한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1990년 9월 설립된 신한중공업은 선박 거주구(데크하우스), 해양 시추설비 거주구(리빙쿼터) 등 국내 유일의 해양플랜트 설비 생산 능력을 인정받아 2007년 9월 대우조선해양에 인수됐다.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신한중공업 지분은 지난달 기준 89.22%이다.
신한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인수된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모회사 일감이 늘어난 덕분에 2011년부터 꾸준히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2014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급락하자 조선업 호황을 함께 이끌어왔던 해양플랜트 수주에 제동이 걸려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관련 발주가 거의 전무했으며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해양 플랜트의 대규모 부실로 조 단위 손실을 냈다.
이에 신한중공업 역시 오랜기간 실적 악화를 감내해야 했으며, 급기야 직원들에게 임금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한중공업 지난해 매출액은 235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62억 원으로 3분의 1 수준(-76%)으로 쪼그라들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 유가가 날로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수년간 거의 전무했던 해양플랜트 수주 역시 앞으로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수 조원을 투입해 해저에 매장된 석유, 가스 등을 탐사·발굴·생산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이 수익을 내려면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는 돼야 생산원가를 넘어선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20~30달러 대에 머물고 있어 당초 계획됐던 해양플랜트 사업 발주도 취소될 판이다.
한편,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지난 3월 말 일시 유예했던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대한 심사를 3일(현지시간) 재개했다. 유럽연합을 비롯한 각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모두 통과되면 인수 절차가 마무리된다.